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 "코리아가 왔다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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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 "코리아가 왔다 가노라"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에서 8박 9일간 의료봉사 활동 전개
개성공단 내 남북협력병원 반드시 재개원해야

  • 승인 2022-07-20 09:49
  • 수정 2022-07-20 14:06
  • 손충남 기자손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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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그린닥터스 제공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지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돌아온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8박 9일 일정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상으로 의료지원활동을 펼쳤으며, 치료제 등 의약품 1억 원 가량을 구호물품으로 전달하고 의료교류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래서 본지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의료봉사를 진두지휘한 '청진기를 든 외교관', 그린닥터스 이사장이자, 온종합병원그룹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근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단 그린닥터스를 발견한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두 팔을 들어 반겼다. 구호물품과 간식을 받아든 아이들이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남편을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아내와 어머니의 얼굴에서 모처럼 웃음이 번졌다"

폴란드에 세워진 난민캠프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난 정근 이사장은 힘들었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고 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근 이사장은 "처음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에는 한국이 아예 없었다. 태극기도 없고, 한국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일본은 있었다. 일본은 있는데 왜 우리는 없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래서 우리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갔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태극기를 알아보더라. '고맙고 감사하다'며 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고 전쟁날 때, 힘들 때는 의사가 최고다. 난민들 진료를 시작하고 약을 주니까 '대한민국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게 더 감동이었다"며 "우리도 전쟁을 겪었고 세계 많은 나라에서 우리를 도와 줬다. 이제는 우리가 선진국이니까 우리가 도우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외교 등 여러 여건상 돕기 힘들다면 우리 국민이라도 가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갔고 태극기를 알리고 '코리아가 왔다 가노라' 하고 외쳤다"고 의료봉사 동기를 밝혔다.

이어 "진료실을 찾아온 난민들은 주로 두통을 호소했다. 어깨는 잔뜩 뭉쳐져 있었고, 불편한 임시시설에서 오래 생활한 탓인지 목이 많이 아프다며 물리치료를 원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전쟁 스트레스가 심해 보였다. 게다가 한 중년 남자는 멀리 이동하는 피난 중에 다친 다리가 엄청 부어 있는데도 제때 치료를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 청소년들은 몹시 우울한 상태였다. 형제나 아버지 등 가족들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에서 생긴 공포와 불안감 등이 원인으로 보였다"며 난민들의 실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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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이 우크라이나 의료봉사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손충남 기자
이와 같은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 겪고 온 그린닥터스는 난민 진료 봉사뿐만 아니라, 전후 우크라이나 의료시설 복구사업에 관심을 두고 5월 13일 저녁 폴란드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대사 등을 접견하고 '한국-우크라이나 협력방안'을 모색하면서, 외교전도 펼쳤다.

이어 7월 8일 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이 부산을 방문해, 부산 상공인 등을 만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자국에 대한 의료지원과 전후 재건 문제를 논의했고, 그 자리에서 그린닥터스 재단은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당부하면서, 그린닥터스와 온병원그룹 등이 자선 바자로 모금한 우크라이나 지원 성금 2천200만 원과 심전도기를 사절단에게 전달했다.

그린닥터스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유라시아 경제인 연합회와 우크라이나에 보낼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마련하기 100만 달러 모금 운동을 하기로 했다.

정근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대로 그린닥터스는 사단법인 부산 의료발전협회 등과 함께 또다시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꾸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긴급 의료지원은 물론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의료시설 재건에 참여하고, 의료 버스를 지원하는 문제 등을 우크라이나 정부나 관련 NGO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닥터스는 의사뿐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 자원봉사자등 수만명의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국제적 재난지역과 국가재해나 대형인명사고 등 응급의료구축체계가 시급히 필요한 곳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곳에 정치나 인종이나 국가를 뛰어 넘어 범 인류의 건강 행복을 위해 의료인을 긴급 파견해 구제활동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봉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등록한 그린닥터스는 2005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8년간 개성공단 내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그린닥터스는 남북한 근로자 35만 여 명을 무료 진료함으로서 한반도 평화조성을 위해 힘써왔으며 북한 개성병원과 개성시내 인민병원에 약 60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남북협력병원도 함께 운영이 중단됐다.

정근 이사장은 "사명의식으로 시작된 것이 남북협력병원이었다. 부산 의사들이 뭉쳐서 해보자고 시작한 남북 최초의 의료 협력이었고 최초의 병원이었다. 최초의 남북 의사들이 함께 모여서 한 진료, 그 역사들이 써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문을 닫아버리니까 허망했다"며 "8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진료한 남북협력병원이 재개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은 반드시 재개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공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는 따뜻한 마음,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봉사하라"며 "살아있는 동안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빛과 소금의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고 미래 세대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소속의 국내외 의료봉사 단체로 자연 재해나 긴급 의료 구호 체계가 필요한 의료 낙후 지역, 해외의 긴급 재난 지역, 북한 동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의료 자원을 파견해 사랑을 베풀고 봉사와 인류 구원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됐다. 1997년 달동네 지역의 영세민 지역 의료 봉사를 목적으로 발족된 그린닥터스는 2002년부터 해외 의료 봉사활동을 수행했다. 국내 의료 봉사 활동으로는 1997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부산의 의료 취약 지역 의료 봉사, 대북 의료 지원 사업,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 의료 봉사, 새터민 의료 봉사 등을 들 수 있으며, 2002년부터 시작된 해외 의료 봉사 활동은 2006년 실크 로드 의료 대장정, 2007년 고구려 의료 대장정, 2008년 해양 실크 로드 의료 대장정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대지진 발생 지역이나 사이클론 피해 지역 등 아시아권과 아프리카까지의 세계 각지로 봉사단을 파견해 긴급 의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손충남 기자 click-k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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