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동 상점가 상인회가 대흥동 메가시티 건물에 주상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이유나기자. |
원도심 상인들의 반발을 일으켰던 메가시티 주상복합 설계 변경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시행사가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시행사 측은 지난 8일 설계변경을 취소한 상태다. 기존 주상복합 계획이 무산되고, 복합쇼핑몰로 전환돼 원도심 상인과 시행사가 상생할 수 있는 물꼬가 터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주말 원도심 유동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상업 시설 유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시티 시행사는 소유권을 지닌 지 3년 동안 적자가 늘어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시행사는 당초 계획이 메가시티에 호텔, 영화관을 비롯한 복합쇼핑몰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상권이 죽으면서 들어올 업체가 없어져 부득이 주상복합으로 설계 변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기존 건물을 부수고 45층의 주상복합을 지으려는 계획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메가시티는 현재 숙박시설로 설계된 상황이며 호텔이 일부 들어가 있다.
메가시티 관계자에 의하면 시행사가 최근 3년간 본 손해는 원금 620억에 경비, 설계변경비, 이자까지 합하면 800억이 넘으며 철거비용만 60억가량이 든다. 위의 4개 층은 이미 호텔로 변경해 인테리어 설계비까지 소요됐다. 메가시티 시행사 측은 속사정도 몰라주는 원도심 상인들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메가시티 관계자는 "백화점식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활성화해 통째로 매입하려고 했는데 입점할 업체가 없어 공사비 조달도 안 된다"며 "우리도 팔고 싶어 매각도 검토했는데 사가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원도심 상인들의 속내도 겉으로 보이는 강경한 태도와 다르다. 김태호 은행동 상점 상인회장은 "사실 메가시티가 흉물로 남아있는 것보다 공동주택이라도 들어오는 게 낫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반대한 이유는 시행사에서 상인들 모아놓고 연 설명회 내용과 달리 몰래 공동주택으로 바꿨다고 생각해서 배신감이 느껴서였다"고 했다.
중구에 사는 A씨도 "메가시티 자리가 원도심의 노른자 땅인데 공동주택이 들어오는 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사업 진척이 되지 않았지만, 개인 자산인 만큼 지자체에서 강요도 할 수 없다. 김광신 중구청장은 "민간 시설인데 지자체에서 강제할 순 없지 않냐"며 "그래도 문제가 너무 오래돼서 해결은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는 시행사와 상인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호 목원대학교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사업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상업 시설의 용적률을 높이고 주거 시설의 용적률을 축소해 상업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며 "MD 구성도 기존 상권과 차별화된 업종을 유치하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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