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 이정성 씨의 '물꽃이 일렁이는 밤'의 전시회에서 골령골 흙에 메밀꽃을 피우는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제공) |
▲학살지에 핀 평화예술제=지난 6월 27일 대전 동구 산내의 골령골에 작은 무대가 마련됐다. 관람석 격의 의자 30여석 앞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을 뿐 특별한 시설물은 없었으나, 골령골이 갖는 상징성때문에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흙바닥의 작은 무대에서 이날 한기복 전통타악그룹 굿 대표의 대북 공연을 시작으로 송인도 서예가의 서예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문화발전소와 마당극단 좋다, 작은극장 다함이 준비한 단심줄 감기는 이날 제1회 평화골령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볼거리였다. 중심에 단심봉을 세우고 10개의 천을 서로 엇갈리게 엮었다가 풀어내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원한이 풀어지기 바라는 마음이 읽혔다. 김희정 시인은 최근 발생한 시집 '서사시 골령골' 중에 '골령골 마흔아홉 번째'를 낭송했다. 대전에 뿌리를 둔 밴드 프리버드와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은 기타를 치거나 화음을 모아 골령골에 위로의 목소리를 전했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탈을 쓰고 몸짓과 육성으로 희생자를 의로하고 남은 유족들을 달랬다. 한국전쟁 시기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예비검속자 최소 1800여명이 끌려와 우리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된 현장에서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 공연을 통해 넋을 위로한 평화예술제는 올해 처음 개최된 것이다.
6월 27일 대전 골령골에서 개최된 제1회 평화예술제에서 밴드 프리버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유족이 지은 시 노래되어=대전 골령골의 상처를 처음 위로한 문학은 유족들이 잃은 가족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였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와 예비검속자가 우리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됐고, 50년 이상 숨죽인 유족은 시로서 울분을 삼켰다. 골령골에서 오빠를 잃은 신순란 시인은 2005년 시집 '눈물의 1949'에서 '눈물의 술잔'을 통해 노래했다.
'골령골 피로 물들 때/ 어머니가 올리신 정안수도 / 피 눈물로 넘쳤도다 / 부모님 눈가에 맺힌 눈물은 가뭄도 없는데 / 흐르는 빗줄기처럼 / 그칠 줄 몰랐다네 / 달 그림자에/ 고향그리며/ 부모 형제 불렀으련만 /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 / 까막까치들만이 날아 들 뿐이네 /
박현주 작가가 발간한 산내 학살사건의 시대를 담은 소설 '랑월'. |
▲소설과 뮤지컬 속에도 '골령골'=최근에는 소설과 연극, 뮤지컬에 다큐멘터까지 골령골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진실을 촉구하는 장르가 다양해졌다. 박현주 작가의 '랑월'은 골령골을 그린 본격 소설이다. 대전형무소를 건설하는 일제시대의 대전에서 독립국가와 민주정부를 세우고자 열망했던 양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골령골에서 억울하게 스러진 민족의 한을 기록에 기반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박현주 작가는 골령골을 주제로 하는 문화예술이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진실이 일부라도 드러나는 과정에서 예술적 메타포가 빛을 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작가는 "여전히 진실규명의 과제가 남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언론보도나 다큐, 논문 등 사실 기록 위에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예술작품이 꽃피우는 일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저 역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글짓기를 택해서 이 사건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고 진실을 전하고자 소설화했다"고 설명했다.
▲유해발굴 참여 예술로 승화=뮤지컬극단 '어썸씨어터'의 뮤지컬 '골령(김요섭 연출)'은 지난해 12월 무대에 올려기지 전, 연출가와 출연진들이 2주일간 유해발굴 자원봉사를 했다. 이때 느낀 감정을 연극에 담아 국가폭력 현장인 유해발굴 사실을 취재하겠다는 후배기자와 이를 말리는 선임 기자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뮤지컬 극단 어썸씨어터가 뮤지컬 '골령'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제공) |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주제로 11명의 작가의 작품을 모아 대전 옛 충남도청에서 전시회 중인 박진우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숨겨진 진실을 밝힐 때 문화와 결합하는 것은 치유의 과정으로 중요한 과정"이라며 "시대의 고통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사실의 기록만큼 예술의 표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6월 27일 대전 골령골에서 개최된 제1회 평화예술제에서 마당극패 우금치가 탈극을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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