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때 이른 무더위에 전기 요금 인상까지…쪽방촌 폭염에 한숨만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때 이른 무더위에 전기 요금 인상까지…쪽방촌 폭염에 한숨만

29일 오전 10시께 찾은 대전 동구 대전역 인근 한 쪽방촌
주민 대다수가 전기 요금 걱정에 선풍기 조차 틀지 못해
정부, 에너지 취약계층 정책 현재로서는 큰 도움 못 돼…

  • 승인 2022-06-29 18:11
  • 신문게재 2022-06-30 6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쪽방1
29일 오전 10시께 대전 동구 쪽방촌. 열대야 등 폭염이 이어지는 무더운 날씨 속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전기 요금 걱정으로 앞으로 선풍기도 마음대로 못 틀겠어요. 차라리 밖에 앉아 있는 게 더 시원하고 저렴하겠네요."

29일 오전 10시께 기자가 찾은 대전 동구 대전역 인근 쪽방촌. 골목길에 나와 더위를 식히던 70대 A 씨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걱정을 토로하며 목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이날은 30도를 웃도는 높은 기온과 함께 새벽에 내린 비로 습도까지 높아 숨 쉬기 조차 힘들었다.

쪽방촌의 집안은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A 씨는 창문 하나 없는 작은방 한 켠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집안 바닥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A 씨는 "열대야로 밤잠 설친지 며칠째 됐지만 전기 요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선풍기를 잘 안 튼다"고 하소연했다.



쪽방2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집안 더위를 피해 골목길에 나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사진=김지윤 기자)
골목 곳곳에는 후덥지근한 집안을 피해 나와 앉아있는 주민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무더운 날씨에 이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하루를 이겨내고 있었다.

거주자 B 씨는 "몇 년 전 시에서 에어컨을 설치해 주긴 했으나 전기 요금 부담으로 작년에는 5번도 채 사용하지 못했다"라며 "전기 요금이 더 오르게 된다면 올해 한 번은 틀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예년보다 빠른 폭염과 동시에 7월부터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예고되며 대전 지역 취약계층의 시름은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인상과 함께 전기료 인상 파고까지 더해지면서 무더위 속에서 고통받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당장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전력은 복지할인 대상 가구에 대해 전기 요금 할인 한도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그 이후부터는 취약계층이 전기료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전기 요금 납부가 어려운 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사업' 증액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쪽방촌이나 고시원같이 계량기가 분리돼 있지 않아 월세에 전기 요금이 포함되는 경우 '에너지바우처 예외 지급' 대상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이번 증액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내년부터는 올해 증액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계층을 추가로 확대하려 검토 중이다"라며 "인상된 전기 요금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연말연초를 위한 건배(乾杯)
  2. [사설] 청주공항 "물류 분담 등 활성화 타당"
  3. [사설] 'R&D 예산 5%' 의무 편성 필요하다
  4. 벌목은 오해? 대전 유등천서 수목 정비사업에 시선 쏠려
  5. 대전교육청 공무원 정기인사 단행, 기획국장 정인기·학생교육문화원장 엄기표·평생학습관장 김종하
  1. 윤석열 탄핵 후에도 멈추지 않는 대전시민의 외침
  2. 대전시낭송가협회 송년 모임에 다녀와서
  3. [문예공론] 조선시대 노비도 사용했던 육아휴직
  4. 고등학교 헌혈 절반으로 급감… 팬데믹·입시제도 변화 탓
  5. 비수도권 의대 수시 최초합격 미등록 급증… 정시이월 얼마나?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선정 10대 뉴스] 계엄·탄핵, 충청광역연합 출범 등 다사다난

[중도일보 선정 10대 뉴스] 계엄·탄핵, 충청광역연합 출범 등 다사다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충청을 관통한 키워드는 '격동'이다. 경제 위기로 시작한 한해는 화합으로 헤쳐나가려했지만, '갈등 관리' 실패로 혼란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충청은 물론 전국의 거리가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충은 의정 갈등으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로 번지면서 지역의료의 어려움이 가중됐으며, 정부가 전국 14곳에 기후위기댐 건설을 발표하며 지천댐이 건설되는 청양과 부여의 주민 갈등이 벌어졌다. 올해는 집중호..

대전 중구, 충남 천안·금산 등 32곳 뉴:빌리지 선도사업지 지정
대전 중구, 충남 천안·금산 등 32곳 뉴:빌리지 선도사업지 지정

대전 중구와 충남 천안·금산 등 전국 32곳이 정부가 추진하는 뉴:빌리지 선도 사업지로 지정됐다. 이들 사업지에는 5년간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아파트 수준의 기반·편의시설을 공급한다. 국토교통부는 23일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심의회 심의를 거쳐 전국 32곳을 뉴:빌리지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번 선도사업은 2024년 8월 발표한 가이드 라인에 따라 수립한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도시·정비 전문가들이 약 두 달간 평가해 선정했다. 뉴:빌리지는 전면적인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단독, 빌라촌 등 저층 주거지역을 정..

대전 노루벌 지방정원, 명품정원도시 조성 첫발
대전 노루벌 지방정원, 명품정원도시 조성 첫발

대전 노루벌 지방정원 조성사업이 산림청 예정지 지정 승인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대전시는 서구 흑석동 산95-1번지 일원(약 141만㎡)이 산림청으로부터 '대전 노루벌 지방정원 조성예정지'로 지정 승인되어 정원조성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대전 노루벌 지방정원 조성사업에 대해 국가정원 지정을 최종 목표로 사업 추진계획 수립 이후 올 8월 산림청에 지방정원 조성예정지 지정 신청을 했으며, 산림청에서는 현장조사 및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사전 행정절차 이행, 생태보전과 기능증진을 위한 계획 반영 등 조건으로 예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파에 유등천 ‘꽁꽁’ 한파에 유등천 ‘꽁꽁’

  •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14년 만에 첫 삽 떴다’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14년 만에 첫 삽 떴다’

  • 돌아온 스케이트의 계절 돌아온 스케이트의 계절

  • 추위도 잊은 채 대통령 체포·파면 촉구하는 시민들 추위도 잊은 채 대통령 체포·파면 촉구하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