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전사자 10명 유해 창호지에 수습해 제사 올렸지"

  • 사회/교육
  • 법원/검찰

[WHY이슈현장] "전사자 10명 유해 창호지에 수습해 제사 올렸지"

충북 단양 정덕모씨 1970년부터 유해 10구 수습
2008년 합동영결식 통해 서울현충원 안장
"미안한 마음에, 아직도 미수습 많아 눈물 나"

  • 승인 2022-06-23 17:16
  • 신문게재 2022-06-24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20622_185031613_01
충북 단양에서 밭에서 만난 정덕모 씨가 그동안 묵묵히 실천한 전사자 유해발굴을 설명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유해가 보일 때마다 창호지에 수습해서 양지 바른 곳에 모시고 술잔을 꼭 올렸지. 전사자 열 명을 국립묘지에 모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생각하면 눈물 나."

6·25 전쟁 당시 남한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충북 단양군 일대에서 최근 진행 중인 국방부 전사자 유해발굴 작전에 현지 주민 정덕모(80)씨의 제보가 큰 보탬이 됐다. 정 씨는 월남 참전용사이면서 파병을 마치고 귀국 후 1970년 단양읍 장현리에서 밭을 일구면서 전사자 유해발굴에 오랫동안 묵묵히 노력해왔다. 밭을 개간할 때나 도로를 개설 할 때 삽 끝에서, 호미에 이끌려 발견해 수습한 유해가 지금까지 10구에 이른다.

정 씨는 "유해가 발견되면 창호지를 가져다 하나씩 수습하고 양지바른 곳에 묻고 비닐을 덮어드렸지. 술잔을 올리며 꼭 현충원에 보내드리겠노라고 약속드렸어"라고 회상했다. 한번은 들녘에서 주운 박격포탄을 포대에 한가득 담아 단양읍 대강파출소에 가져가자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 손사래친 적도 있고, M1실탄 81발과 수류탄 여러 개를 모아 묻어둔 곳에 군부대를 불러 해체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정 씨는 "월남에서 중대장을 하면서 동료가 전사할 때마다 하나 빠트리지 않고 들쳐메고 복귀해 고이 묻어주고 그랬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었는데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달랬지"라고 낮게 말했다.



2008년 9월 충북 음성 전쟁기념관에서 단양과 음성서 발견된 6·25전사자 13구를 모아 합동영결식을 갖고 서울현충원에 봉안했는데, 이중 정 씨가 발견해 군에 인계한 것이 10구였다. 2000년 국방부가 전사자유해발굴을 공식화하기도 전에 정 씨는 밭을 일구는 농부의 삶에서 전사한 선배 전우를 찾아 들녘을 헤맸다. 그는 지금도 수습되지 않아 골짜기에 잠들었을 전사자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정 씨는 "나이는 이렇게 먹었어도 나라 지키는 일에 한 명 몫은 해낼 수 있고, 필요하면 그렇게 할 거야"라며 "내가 밭농사라도 짓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일이지"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회 세종의사당' 밑그림, 2026년 상반기 선보인다
  2. 대전 호남고속도로서 승합차·버스 등 4중 추돌…군인 18명 경상
  3. 대전광역치매센터, 치매환자 눈높이 맞춘 가상현실 체험전
  4. 대청호 인근 공장서 대기오염물질 측정조작…대전지법서 '징역·벌금형' 선고
  5. 대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신고 17건…10대 피해자 12명 달해
  1. 대전대덕경찰서, 보이스피싱 예방한 하나은행 직원에 감사장 수여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복지예산 꼭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최선"
  3. '주식·AI·드론·유튜브·정원사' 알짜 교육 스타트...세종 신중년 모여라
  4. 원도심 경제 살렸고, 도시브랜드 가치 높였다
  5. 세종지방법원·검찰청, 2031년 3월 설치 확정

헤드라인 뉴스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의 개원 시기에 골든 타임은 있을까'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2022년 문재인 정부를 지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2027년으로 향하던 시계추가 점점 느리게 돌아가면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동시 개원을 하겠다던 목표는 어느덧 2029년으로 밀려 나더니, 지난해에는 2031년, 올해는 2032년 전·후로 또 다시 연기되는 모습이다. 2032년 역사적 개원의 현실화 역시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23대 국회의원과 21대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되고, 24대 국회의원과 22대 대통령 임기가 새로이 시작되는..

대전시, 정부공모서 `우주항공 후보특구`에 지정
대전시, 정부공모서 '우주항공 후보특구'에 지정

대전시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4년 규제자유특구 후보특구 공모에서 우주항공 후보특구로 지정됐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는 81개의 우주기업이 밀집해 있고, 세계 최고 해상도 지구관측기술, 발사체 개발 기술 등 우주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위성영상은 상업적으로 거의 쓸 수 없고, 발사체 등 우주 부품은 제조 자체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전시는 특구 사업을 통해 위성영상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우주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충청권 건설 경기 살아나나…2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증가
충청권 건설 경기 살아나나…2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증가

충청권 건설공사 계약액이 최근 증가하면서 침체를 겪던 건설 경기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한 60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충청권 지역의 건설공사 계약액 규모도 대체로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현장소재지별로 대전의 건설공사 계약액은 1조 4000억 원(2023년 2분기)에서 1년 사이 2조 1000억 원(2024년 2분기)으로 상승했고, 세종은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충북은 1조 9000억 원에서 3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하리보 리빙’ 팝업 스토어 개최 롯데백화점 대전점, ‘하리보 리빙’ 팝업 스토어 개최

  • 채수근 해병 전역날 묘역 찾은 해병대 예비역연대 채수근 해병 전역날 묘역 찾은 해병대 예비역연대

  • 대전 유일의 한옥마을 ‘유교전통의례관’ 내일 개관 대전 유일의 한옥마을 ‘유교전통의례관’ 내일 개관

  • 날씨 제한 안받는 스마트팜 관심 증가 날씨 제한 안받는 스마트팜 관심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