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단양전투서 스러진 무명용사 466명 '돌아오라 전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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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 단양전투서 스러진 무명용사 466명 '돌아오라 전우여'

제2작전사령부·37사단 유해발굴작전
단양·남한강 방어선 통해 북한군 지연
전선 옮겨가며 7일간 사투 466명 전사·실종
녹슨 탄피·수류탄 흩어진 현장 긴박함 암시
"후방 작전시간 확보한 고귀한 희생 가족 품에"

  • 승인 2022-06-23 17:16
  • 수정 2022-06-23 17:21
  • 신문게재 2022-06-24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유해발굴1
충북 단양군 장현리 산악에서 37사단과 2작전사령부 등이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
남한강을 마주한 충북 단양과 제천은 72년 전 6·25전쟁 때 북한군이 남침하는 중요 진출로이자, 이를 저지하는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후방에 안동과 포항 그리고 더 나아가 낙동강의 부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한강에서 적군의 예봉을 꺾어야 했다. 강릉에서 철수해 잘못 전달된 명령을 하달받고 대구까지 이동한 제8사단이 다시 북상해 단양에 진지를 구축하고 7일간의 치열한 방어전을 펼친 무명고지에서 72년 세월을 머금은 녹슨 탄피와 육박전을 짐작케 하는 수류탄이 발견됐다. 72년 전 산화한 전사자를 소환하는 유해발굴 작전에 동행했다. <편집자 주>

제72주기 6·25전쟁 발발일을 사흘 앞두고 찾아간 충북 단양군 장현리 무명고지 5부 능선 부근. 대형 태극기 앞으로 37사단 단양대대 및 제2작전사령부 그리고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소속 장병 100여 명이 전사자를 찾는 발굴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무명고지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500m 반경에 낙엽을 모두 긁어내 흙 바닥을 드러내고 삽과 호미로 조금씩 파내어 전투의 흔적을 찾는 과정이다. 나무뿌리에 가로막혀 삽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톱을 가져와서, 작은 유품이 발견된 곳에서는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그리고 불발탄이 발견된 때는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처리하는 등 정성과 인내심 없이는 이겨낼 수 없는 작전처럼 보였다.

37사단 단양대대 심재진 대대장은 "8사단이 고립을 각오하고 치열한 방어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국군 158명이 전사하고 308명이 실종되는 동안 북한군은 1872명이 전사할 정도로 격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단양 전투는 국군 제8사단이 중앙선 축선을 따라 남진하는 북한군 제12사단 제30·32연대와 1950년 7월 6일부터 7월 12일까지 치른 방어전투다. 파죽지세 몰아치는 적에 맞서 남하를 저지하고 후방에서 반격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단양의 험준한 산악에서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육군본부가 강릉에서 철수해 대구까지 이동한 제8사단에게 "남한강 북동지구에서 남진을 기도하는 적을 제천 부근에서 저지해 고립을 각오하고 고수 방어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도 이때다.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남한군이 대치한 지역이자 소백산 자락의 여러 봉우리를 옮겨 다니며 지연전을 벌여 7일 동안 지탱함으로써 후방의 국군 부대들이 저지선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특히, 단양 시내에 진출한 적의 전방지휘소가 있던 초등학교 건물을 기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유해발굴2
참호 속에서 발견된 반지와 발사되지 않은 총기 탄약.
이날 유해발굴 작전이 전개된 무명고지 역시 7일간의 단양전투 중 적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려 치열한 전투를 벌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앞서 유해발굴 작전에서 전사자 유해 3구를 찾은 곳이기도 하다. 구덩이를 파고 몸을 숨긴 채 전투를 벌이는 데 쓰이는 참호가 일정한 간격으로 발견되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녹슨 M1 탄피와 수류탄 안전핀이 관찰됐다. 또 전투식량 씨레이션과 총상 등의 부상병에게 진통제로 쓰이는 모르핀 약병 등이 확인됐다.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이곳 유해발굴 현장에서 총 308점의 유품이 발견됐다. 또 가장 북쪽에 위치한 참호에서는 진주를 끼운 것으로 보이는 반지가 발견됐다. 연인이 헤어질 때 징표였을까, 전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를 생각해 준비한 선물이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작전사령부 유해발굴단 최응규 소령은 "발사되지 않은 완탄과 수류탄이 발견됐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철수하거나 다수의 희생이 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작은 부분 유해라도 찾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발굴3
충북 단양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 내걸린 태극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2000년부터 시작된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전국에서 매년 평균 580여구의 유해를 찾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최근까지 그간 168점의 유해가 발견됐는데 이 중 130점은 국군의 유해이고, 37점은 북한군의 것이다. 단양에서만 40점의 아군 유해가 발견됐고, 진천에서도 57점의 유해가 발굴돼 현충원에 안치됐다. 유해가 발굴돼도 신원 확인이 되는 경우는 1만명 중 190명(약 1.9%)에 머물고 있는데, 발굴 현장에선 6·25전쟁에 참전한 가족이 있는 경우 유전자 시료 제공에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김기환 37사단 112보병여단장은 "남침을 방어하는 상황, 치열한 격전을 벌인 현장에서 산화한 선배 전우를 모두 수습해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각오로 작전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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