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이사장 |
무언가를 잘못한 사람에게 잘못한 것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할 때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 "쟤가 더 나빠요!"
너는 왜 공정하지 않았니? 너는 왜 약자들을 대변하지 않았니? 너는 왜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았니? 너는 왜 차별을 막지 않았니? 이 무수한 질문에 한결같이 "쟤가 더 나빠요!"라고 답한다. 무언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혹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에 한결같이 쟤가 더 나쁘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으면 말문이 턱하고 막힌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정치 이슈가 이 문구로 통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정치는 계속 누가 누가 더 나쁜지 대결하면서 스스로 더욱 못나지고 있는 것만 같다. 상대평가만 하다가 절대평가 점수가 낮아지는 상황이다.
국민이 정치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더욱 높아지는데, 정치권의 눈높이는 여전히 상대에게만 머물고 있다. 스스로 잘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상대가 못난 사람이기에 자신을 뽑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까지 참 길었던 선거가 끝나간다. 누가 누가 덜 나쁜지 대결하는 이 선거에 승자는 없다. 승리한 곳이나, 패배한 곳이나 그들의 일상은 반으로 갈라졌을 것이며, 선거 후에도 여전히 같은 말을 하며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고, 혐오하는 것이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정치와 우리의 일상은 하향 평준화 되어 갈 것이다.
정치의 하향 평준화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는 분명하다. 긍정보다 부정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세상.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타인의 잘못을 더욱 바라는 세상.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은 갈라졌고, 사회를 보는 시선은 어느새 냉소가 가득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고민 속에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아름답게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담고 있기에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말한다. 이런 선거는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상대가 아니라 나의 잘못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발전할 수 있다. 그리 긴 세월을 살지 않은 청년들도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이 간단한 사실을 정치가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나의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고, 나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상대의 권리도 똑같이 존중할 수 있어야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다. ‘쟤가 더 나빠요’ 보다는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먼저 들을 수 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김영진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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