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빈집은 늘어나는데…소유주 반대로 빈집 정비 사업 실적은 저조

  • 정치/행정
  • 대전

[르포] 대전 빈집은 늘어나는데…소유주 반대로 빈집 정비 사업 실적은 저조

대전 내 방치 빈집 3847곳
정비 진행된 곳은 27곳에 불과

  • 승인 2022-05-15 11:36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20515_111117369_01
대전 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5월 14일 오후 대전 동구 삼성동. 이 동네에는 사람이 나가고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이 곳곳에 있다. 구청의 도움을 받아 수도와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한 단독주택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녹슨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낮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소름이 돋았다. 마당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아 죽은 가지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고 부서진 바닥 사이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낡은 주택 자재들과 전 주인이 쓰던 오래된 물건들이 방치돼 있었는데 곰팡이 핀 벽과 천장에 힘없이 매달린 허름한 천들은 음산함을 더했다.

KakaoTalk_20220515_111117369
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발걸음을 옮기니 건축 자재들이 잔뜩 쌓여있는 또 다른 빈집이 보였다. 철재가 그대로 보여 흉물스러울 정도였는데 사람이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마당에 죽은 가지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공사가 중단된 지 한참은 지나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 집은 공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거의 방치된 수준인 거 같다"며 "저런 집들 때문에 동네가 더 낙후돼 보인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20515_111117369_03
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이처럼 지역 내 방치된 빈집들이 늘면서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빈집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정비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동 외에도 현재 대전에는 주인 없이 방치된 빈집들이 3847곳에 달한다. 자치구별로 동구 1079곳, 중구 882곳, 서구 442곳, 유성구 921곳, 대덕구 523곳이다. 2019년부터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빈집 정비사업을 진행해 철거하거나 활용이 가능한 빈집들은 공용주차장이나 주민들을 위한 미니 텃밭 등으로 조성하고 있다.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 동네의 치안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빈집 정비를 위해 대전시에선 자치구마다 6000만 원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집당 약 1500만원 정비 예산이 드는 만큼 1년에 3~4곳 정비를 목표로 하지만 지난 3년간 정비한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5곳, 중구 11곳, 서구 7곳, 유성구 1곳, 대덕구 3곳이다.

각 자치구는 빈집을 주차장 등 공공목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빈집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심을 두는 사람이 적다"며 "특히 삼성동은 재개발 얘기가 나오고 있어 동의하는 소유주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유성구청 관계자 역시 "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3년간은 쓰지 못하고 활용돼도 공공 목적으로 활용되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소유주들이 동의를 잘 하지 않는다"며 "작년에는 힘들게 설득을 해서 1곳을 간신히 정비했다"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축구부 학부모에게 3천만원 편취한 대학 전 감독 실형
  2. 대전 중구 산성동 치과서 불…8명 대피
  3. 대전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이 교권침해, 교사들 사퇴 촉구
  4. 대전천서 물고기 1600마리 집단폐사…"탁해진 색깔과 악취"
  5. 대전시 2024년 하반기 공공기관 직원 채용
  1. 정관장 '홍삼스노우쿨스틱' 신제품 출시
  2.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3. 제12회 자원봉사 어울림 한마당
  4. 대전유아교육진흥원 9월 유성구 성북동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정관광 진행
  5. 숙취운전 통근버스가 화물차 추돌… 10명 다쳐

헤드라인 뉴스


최고 252㎜ 쏟아져 곳곳 홍수주의보…앞으로 30~80㎜ 더

최고 252㎜ 쏟아져 곳곳 홍수주의보…앞으로 30~80㎜ 더

대전과 세종, 충남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늘(21일) 저녁까지 대전과 충남에 30~80㎜ 비가 더 쏟아지고 많은 곳은 120㎜ 이상되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매우 강한 비를 동반한 비구름대가 시속 50㎞ 내외로 서해상에서 북동~동북동진해 충남권 남부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 오전 6시 현재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mm 내외의 매우 강한 비를 내리고 있다. 20일 자정(0시)부터 21일 오전 5시 30분까지 누적강수량은 ▲서산 252㎜ ▲태안 242㎜ ▲당진 208㎜ ▲대전 정림 198㎜ ▲천안 1..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공공임대주택이 실거주자들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실 중 절반은 전용 31㎡(약 9.4평) 이하의 소형평수인 것으로 조사돼 현실적인 주택 수요에 맞게 면적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남의 공가 비율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고, 대전과 세종, 충북의 공가율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LH 임대주택 공가 주택수 및 공가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L..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과학기술과 영상산업이 결합한 국내 유일의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인 '대전 특수영상영화제(Daejeon Special FX Festival)'가 9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카이스트 및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와 드라마 중 우수한 특수영상 작품을 선정하고 제작에 기여한 아티스트들과 배우를 시상하는 행사로 2019년부터 개최된 대전 비주얼아트테크 어워즈를 지난해 대전특수영상영화제로 확대 개편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 날리는 가을비 폭염 날리는 가을비

  •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