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톡] 전화위복은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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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톡] 전화위복은 나에게도

남상선 /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수필가

  • 승인 2022-05-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는 어려서 운동회 날 달리기를 해본 경험들을 다 가지고 있다. 일등을 달리는 선수가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박수를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 그건 넘어졌다가 바로 일어나 최선을 다해 달리는 사람이다. 하는 일에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한테 용기를 안겨주는 배려의 응원일 것이다.

우리네 인생사에서도, 잘 달리는 선수가 우승을 하듯 분야별 각 실력자가 성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숫자에 불과하다.

설사 넘어졌더라도 다시 일어나 뛰는, 그런 사람이 성공의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필경 시도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의지로 발버둥치는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요즈음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대이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살기가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람의 일은 자신의 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하던 일이 여의치 않을 땐 절망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

그르친 일 모두가 실패의 결과로 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던 일이 실수로 좀 어렵게 됐다 하더라도 낙심하거나 절망해서는 아니 된다.

거기엔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희망적인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명한 것도 전화위복의 결과였다.

그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유행하던 부스럼을 연구하다가 실수로 세균을 배양하는 접시 뚜껑을 닫지 못하고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해보니 뚜껑이 열린 접시에 푸른색 곰팡이가 많이 피어 있었다. 접시 안에 잔뜩 배양돼 있던 세균이 다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곧 실수로 인해 생겨난 뚜껑 열린 접시의 푸른색 곰팡이를 연구하여 페니실린을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았다. 실험실 접시의 뚜껑을 덮지 않은 결정적 실수가 곧 페니실린 발명의 길을 열어 준 셈이 된 것이었다.

우리는 하는 일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절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아니 되겠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행운의 복병이 나에게도 기다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행운이 나를 제쳐놓는 예외일 수는 없다. 그건 바로 희망과 투지와 용기를 가진, 땀 흘리는 사람한테 어김없이 찾아가는 단골손님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 단골손님이 바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화위복은 분명히 나한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의 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더라도 낙심하거나 절망에 빠져서는 아니 되겠다.

1980년대 초반 충고 내 반 학생 하나가 성실한 노력파로 공부를 잘하는데 집이 가난하여 고모님의 학비조달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생은 4년제 대학 진학을 하고 싶지만 가정이 어려워서 상담 끝에 대전공업전문대학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김○○는 진학한 대학에 적응을 잘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학점을 받고 성실성으로 인정받는 학생이 되었다. 2학년 졸업반이 될 때까지 줄곧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월등하게 좋은 성적으로 대전공전 개교 이래 제일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 했다. 거기다 나도는 소문이 김○○ 하면 공부 잘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모르는 교수가 없을 정도 유명세를 탔다고 들었다.

사람의 일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더니 일이 되느라고 그랬는지 학생이 2학년 졸업 말기에, 대전공전이 개방대로 바뀌어 김○○ 학생은 2년제 전문대학을 들어가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 그 개방대가 바로 지금 한밭대학교의 전신이다.

김○○는 칭송받는 사람 됨됨이에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고 학교를 다녔다.

게다가 개교 이래 제일가는 성적과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져 졸업 후에 모교 교수로 오라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다만 교수가 되려면 박사 학위가 필요하니 자격을 갖추어 놓으라는 귀띔까지 해 주더라는 것이었다.

학생은 개방대를 졸업 한 후 1년이 지나도록 모교에서 아무 연락도 없었다. 학생은 약속이 무산된 줄로 알았다. 무턱대고 기다릴 수 없어 대전시 공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을 했다. 발령받은 시청에서 근무하던 중 어느 날 모교에서 교수로 채용한다는 통보가 왔다. 담임했던 김○○가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찾아왔다. 심사숙고 끝의 답으로 모교 교수로 가라는 귀띔을 해 주었다.

김○○ 학생은 최단기간에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그것도 2냔제 전문대를 들어가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가 나온 모교 교수로 간 것이다. 정 코스로 4년제 대학을 들어간 사람보다도 출세 길이 빨랐다. 그는 성실성과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아 정 코스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어려운 한밭대 교수가 되었다.

이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여기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는 닭대가리가 되는 게 낫다는 속담을 실감했다.

성실하게 자기연마하는, 실력 있는 사람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송곳과 같이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뜻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와도 같다는 것을 터득했다.

또 우리의 삶 가운데 악 조건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어 그 힘든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덤으로 깨닫게 되었다.

전국, 아니 지구촌 도처에서 허덕이는 어려움에 절망하거나 포기하려는 이들이여!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낼지어다.

제아무리 어둡고 긴 터널도 조금만 참아내면 광명한 대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마냥 깜깜한 동굴 속에도 빛을 찾는 자는 틈새로 새어드는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절망에도, 하는 일마다 안 되는 일에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좋은 일에 마귀가 많이 낀다는 생각으로 어려울 때 우리 자위하고 힘을 낼 지어다.

전화위복(轉禍爲福), 호사다마(好事多魔)!

이 두 단어는 나에게도 해당하는 희망적인 말임에 틀림없다.

우리 어렵고 힘들어도 주저앉지 말지어다. 힘을 낼지어다.

좋은 일에는 마귀가 많이 낀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는 우리에게 영약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 주먹 불끈 쥐고 의지의 발버둥을 쳐 볼 일이로다.

남상선 /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수필가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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