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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대단한 것처럼 포장돼 사회 곳곳에 스미지만, 반대로 소중한 목소리이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들을 수 없는 육성이 있다. 청년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이 사회를 향해 제안하고 의견을 밝히는 목소리가 놓치기 쉬운 목소리 중 하나일 것이다.
대전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20년 지난 지금이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혐오가 많은 사회라고 소회를 밝혔다. 대전환경교육센터에서 상임활동가로 세상과 교류 중인 이윤경(27) 씨는 "사람을 너무나 쉽게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세대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반대로 건전한 공론의 장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곤 한다"며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나 장소가 없고, 정책을 마련할 때조차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관공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대전에서 사회생활 4년 차에 접어든 그는 "주변에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많은데 정책적 배려는 여전히 받지 못하고, 사람들이 푸른 나무와 계절에 피는 꽃을 생활공간에서 즐길 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에 대한 정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느끼는 지역사회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평범한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소원이라는 것은 그동안 장애인과 장애 가족이 얼마만큼 차별을 당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이 쉽게 바뀌거나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많지 않더라도 낮은 목소리를 포기할 수 없다.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이자 투쟁의 현장을 지키는 최명진(52)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과 제도를 마련하자는 우리의 요구가 특별하고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동권 또는 교육권이라고도 하고 노동권과 문화향유권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낮은 목소리에도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며 정작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최 대표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말한 모든 사람,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명시한 모든 국민에 배제되는 사람이나 계층이 존재함을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으로 포용성 있게 감싸는 후보가 진정한 일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할 수 없는 성별을 가지고 혐오 대상으로 삼거나 범죄 대상으로 겨눠지는 그늘을 지우기 위한 목소리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커지고 있다. 성평등한 도시는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디지털 시대를 거치는 동안 성평등 교육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부족한 실정이다.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행정과 교육이 진정으로 협업할 때 성평등한 도시 구현이 가능해질 테다.
김정임(51) 대전여민회 사무국장은 "정책이 현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라 아쉬울 때가 있다"며 "뿌리가 건강해야 잘 성장하는 것처럼 그동안 민관이 말한 통합 젠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예산 지원을 통해 성평등한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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