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경유 재고가 부족해 국제 경유 가격 급등이 국내 가격에 영향을 준 탓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기준 지역의 평균 리터당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20원 안팎까지 좁혀졌다. 통상 200원가량 저렴하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와 같아진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8일 현재 리터당 평균 1924원으로, 경유 평균가격인 1920원과 4원 차이다. 세종은 1930원으로 경유(1915원)와 비교하면 15원, 충남은 휘발유 1945원, 경유 1931원으로 14원 각각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일각에선 조만간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4월 8일 리터당 1979원에서 5월 8일 1924원으로 55원 내렸다. 세종도 1985원에서 1930원으로 65원, 충남도 1991원에서 1945원으로 46원 하락했다. 이 기간 경유는 대전의 경우 1899원에서 1920원으로 21원 인상됐다. 세종은 1912원에서 1915원으로 3원, 충남은 1910원에서 1931원으로 21원 각각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다. 유럽의 경유를 주로 수입하던 러시아의 공급이 줄면서 국제 시장 경유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또 5월부터 정부의 유류세 30% 인하 확대 조치에도 휘발유 대비 경유는 인하 폭이 적었다.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도 5월 첫 주, 전주보다 3.6달러 오른 배럴당 105.7달러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자 화물·운송업계는 한숨을 내뱉고 있다. 연초랑 비교 시 경유 가격이 500원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1월 1일 경유의 평균 리터당 가격은 1427원에서 현재까지 493원이나 올랐으며, 세종은 1440원에서 475원, 충남은 1445원에서 현재 486원 상승했다.
김정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장은 "경유 가격이 올해초와 현재를 비교하면 500원가량 올랐고, 이에 따라 화물차의 수입도 월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가량 감소한 상황"이라며 "경유차에 들어가는 요소수 사태에 이어 경유 가격까지 올라 많은 이들이 수입 감소로 고통을 받고 있어 가격하락이 이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유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가격 변동이 앞으로 더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거나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