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15개 단체와 우주산업전문가들이 28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항공우주청의 경남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치한다는 지역 공약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이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던 지역 과학산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국가적·산업적·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이란 이유에서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과학기술계 15개 단체와 우주산업전문가 80여 명은 28일 오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대전·세종 지역공약 대국민 보고회가 열리는 대전컨벤션센터(DC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 설치 결정에 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대전이 우주산업 거버넌스 최적지를 주장했던 이들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경남 설치가 결정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신명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조위원장은 "인수위가 과학을 유린하고 있다"며 "심장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뇌 조각을 잘라서 심장에 붙이지 않는다. 뇌 조각은 전체 뇌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사천에 설립되는 순간 국가 전략과 국익을 위한 초석도 뒤틀리지만 미래와 우주를 향한 대전의 명예나 전망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께 요청한다. 우주전담부처 대전·세종 설치를 각 당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과학산업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적·산업적·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이자 국가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매우 우려되는 결론"이라고 규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이들은 '우주청'이 아닌 '항공우주청'으로 국가 우주분야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국내외 항공 분야는 대부분 실용화와 항공기 정비·관리·법규 중심 업무가 이뤄지는 데 반해 우주 분야는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된 역사적 맥락과 산업적 측면에서 성격이 다르고 통합, 운영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한 '우주청' 또는 '우주처'로 정부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 부처를 비롯해 우주 관련 연구, 관리, 정책기관과 출연연, 대학, 우주·항공·국방기업이 이미 클러스터화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전에 자리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전에는 정부 출연연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을 비롯해 KAIST와 한밭대·충남대 등 인프라가 있어 우주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역량이 집적돼 있다는 점에서 타 지역과 견줄 수 없는 강점이 있다.
이들은 "통합적인 국가전략의 하나로 많은 숙고를 거쳐 가칭 우주청을 설립해야 하며 대전은 모든 면에서 우주청의 역할을 국가적으로 수행할 가장 최적지라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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