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청 전경. |
대전은 전국 민심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국토 중심에 있는 지리적 특성상 외부 유입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남, 충북보다 옅은 지역색을 보여 선거 때마다 전국적 흐름을 타는 경향이 강했다. 역설적으로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유독 심했다.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가 선거판을 휩쓸었다. 애초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전체적으로 우위를 점했지만,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상황이 반전됐다. 애도 분위기로 선거운동이 축소된 사이 민심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민주당은 역전극에 성공해 대전시장을 가져왔고, 대덕구를 뺀 나머지 4개 구청장과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와 민주당의 정권교체 바람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면서다. 이런 흐름을 탄 민주당은 대전 '싹쓸이'를 자신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견제와 균형 논리를 내세워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결과는 완패였다.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은 물론 시의회 비례대표 1석을 제외한 의석 전부가 민주당에 돌아갔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태 흐름과는 다르다. 20대 대선과 차기 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의 우세가 점쳐졌다. 원도심을 포함해 민주당 텃밭처럼 여겨지던 서구와 유성도 국민의힘에 넘어갔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뚜렷한 지지율 상승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시너지 효과도 현재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왼쪽), 국민의힘 이장우 전 국회의원. 두 사람은 6.1 지방선거 대전시장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
선거는 난전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수가 분명한 수성과 탈환의 구도도 그렇지만, 이 전 의원의 저돌적인 스타일과 물불 안 가리는 공격성이 주된 이유다. 이미 이 전 의원은 허 시장의 4년 대전시정을 '무능·무기력'이라 규정하고 심판 프레임을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허 시장은 4년간 주요 성과와 시정의 연속성 홍보에 집중하며 이 전 의원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중앙 이슈가 없는 점은 지역 현안과 후보들의 공약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도시철도 트램 건설과 연계한 대중교통망 완성, 4차산업 특별시 육성을 고리로 한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제2 대덕연구단지 조성 등이 지역에 닥친 주요 현안이다. 이 전 의원이 정책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한 만큼 각 후보가 내놓은 지역발전 비전과 정책공약이 표심에 영향을 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전국적 바람과 중앙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던 그간의 지방선거 흐름과 달리 이번 대전 지방선거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선거판을 달굴 대형 이슈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지역 현안과 후보들의 개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며 허태정 시장과 이장우 전 의원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