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홈플러스 둔산점 모습. 건물은 철거되지 않았지만 영업이 종료됐다. 마트 근방에는 철재가 가득했고 건물에는 온라인 배송을 실시한다는 안내가 붙어있다. |
영세 자영업자의 '적'으로 여겨지는 대형마트가 폐점해도 주변 '동네 슈퍼' 매출 상승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고 일부 다른 대형마트로 소비가 흡수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탄방점은 지난해 2월, 둔산점은 같은 해 12월에 폐점되고 주상복합이 들어올 예정이다.
대형마트는 주변 지역 중소상인을 영세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었다. 이에 2015년 서구청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을 하는 내용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상생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자 유통총량제, 의무휴무제 등 중소상인과 상생을 위한 규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 협약에는 도마큰시장, 한민시장, 가수원 상점가, 둔산3동 상점가 상인회장과 이마트둔산점·월평점, 홈플러스 둔산점·탄방점 점장이 참여했다.
이처럼 대형점포는 영세 상인들의 소비 수요를 흡수하는 공룡으로 여겨졌지만,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며 이도 옛말이 되는 상황이다. 서구에 홈플러스가 두 곳 폐점했지만, 소비패턴이 변화하며 인근 상인들의 매출은 늘지 않은 것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증가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가정에 흡수된 것 또한 결정적이라는 평도 있다.
홈플러스 탄방점은 이미 철거됐으며 주상복합이 지어질 예정이다. |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주는 인프라에 익숙해지며 다른 동네의 대형마트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둔산동에 거주하는 윤재영씨는 "홈플러스가 사라지고 3~4배 걸리는 시간을 들여가며 이마트를 찾는다"며 "불편해지니 주변 인프라에 따라 지출이 적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A씨는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은 노브랜드에서, 고기·야채 등 신선식품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며 "홈플러스가 사라지며 대형점포에 있던 식당도 사라져 선택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동네 슈퍼를 찾기도 하지만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며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둔산동에 사는 B씨는 "마트에 특색이 있는 곳이 아니면 마트를 잘 안간다"며 "어차피 인터넷으로 구매하니 대형마트가 폐점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도 경쟁력을 갖추고 특색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있다. 충남대 경영학과 정혜욱 교수는 "주차, 반품 등 대형마트와 온라인 소비가 주는 편리함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것 같다"며 "오프라인 상점이 성공하려면 도룡동 파머스마켓처럼(로컬푸드를 취급해) 상품이 좋고 직거래로 가격이 저렴하고 인프라가 좋은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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