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이사장 |
다시 선거가 다가오며 정치꾼들은 호시탐탐 청년을 소비할 준비를 한다. 겉으로는 청년 공천을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불출마를 종용하고, 발표하는 청년 정책 공약은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새로운 척한다. 그동안 권한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하지 않았던 일을 당선되면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청년을 얘기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다. 특히 20대는 전체 사망 대비 자살 비중이 54.4%다. 그 외에도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겪는 불평등은 세대 간 격차뿐만 아니라 세대 내 격차로 점차 확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청년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할 현실이 되고 있다.
정치꾼들이 청년을 소비하고 이용하는 동안 청년의 삶은 이렇게 심각해졌다. 청년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청년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한다면, 청년이 정치꾼에게 이처럼 소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청년을 소비해온 것이 정치꾼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과 다른 이념, 다른 생각, 다른 결정을 했다고 청년을 무시하고, 폄훼하는 이들을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상황에서 정치꾼의 청년 소비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청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고, 미숙하고 어린아이 정도로 취급하는 우리의 관습화된 시선 속에 청년을 소비하는 문화가 우리 안에서부터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정치는 정치의 방식대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이 다른 세대의 시민들과 동등한 한 표를 갖고 있다면, 정치가 청년을 대하는 태도도 다른 세대를 대하는 태도와 같아야 한다. 우리의 시선 역시 청년을 미숙하고 어린아이 정도로 볼 것이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 온전히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선거까지 50여일이 남았다.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정치꾼들이 정치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청년을 소비하지 않는 정치인이 시민의 대표로 선출되길 바라본다. /김영진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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