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이 유니폼 색깔을 놓고 팬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등 한바탕 해프닝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대전이 새롭게 출시한 유니폼에서 시작됐다. 대전이 6일 SNS를 통해 공개한 유니폼은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친환경 원단으로 제작된 에코 유니폼으로 대전의 공식 용품 후원사인 마크론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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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이 6일 SNS에 공개한 2022시즌 에코 유니폼 |
새 유니폼을 접한 팬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존 유니폼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에 대전의 전통 색깔인 자주색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대전은 에코 유니폼의 가격을 12만5000원에 책정했다. 패치 가격은 이전과 유니폼과 동일한 스폰서 패치 3만원, 리그 패치 1만3,000원, 마킹에 1만3,000원으로 정했다. 팬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는 가격보다 디자인이었다. 대전은 2020년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면서 유니폼 색깔을 하나금융그룹의 상징인 그린 계열의 색깔과 대전의 전통 컬러인 자주색을 혼용하여 사용했다. 유니폼을 비롯해 구단 상품, 홍보 전단에도 그린과 자주색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새 유니폼은 기존의 그린 바탕에 중앙에 회색 계열의 그러데이션이 배치됐다. 대전의 전통 컬러인 자주색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팬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170여 개의 댓글을 달아 항의했다. 가격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대전의 상징이었던 자주색이 빠진것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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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들이 9일 열린 서울이랜드와의 홈경기에 앞서 유니폼 색상과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
팬들의 반발에 대전은 8일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유니폼 가격과 디자인에 대해 해명했다. 가격에 대해선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제작 및 수입하였고 최근 몇 년간의 평균 유니폼 판매량을 기준으로 제작 수량을 산정하였으나 마크론의 최소 제작 수량과 달라, 단가 상승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타 구단과는 생산지, 발주 수량, 유통 과정 등의 차이로 공급 단가가 상이함을 양해 바란다"고 해명했다.
디자인 변경 부분에 대해선 "에코 원단 제작 공정 과정상, 신규 제작은 경기 일정 내 납기가 불가함에 따라 기 제작된 유니폼으로 임시 사용하게 됐다"며 "전면 중앙부의 검은색 그러데이션은 제외됐고 자주색 스트라이프 무늬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작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추가로 출시된 유니폼에는 자주색 그라데이션이 반영됐다. 유니폼 가격은 추가 성명을 통해 기존의 가격인 69,000원으로 내렸다.
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9일 홈경기선 서포터를 중심으로 항의 퍼포먼스가 연출됐다. 경기 시작에 앞서 서포터석에는 '역사성 전통성 유지' '대전은 자주다' '구단은 신뢰로 답하라' '대전=자주'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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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들과 구단 프런트가 9일 오후 긴급 미팅을 갖고 유니폼 디자인 변경에 대한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
경기 후 대전은 서포터들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40분간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정무 이사장을 비롯해 팀장급 이상 간부들과 서포터 20여 명이 참석했다. 허 이사장은 유니폼 제작 과정에 대해 해명하고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팅에 참석한 김동욱 서포터는 "구단 측의 해명으로 오해는 풀렸지만 20년 넘게 대전의 상징이었던 자주색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며 "시민구단 대전시티즌부터 이어진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가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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