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총재는 "4년 전 신축구장 계획 발표 당시 다른 당의 후보들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제야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 논리고,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갑질하고 구단의 소중함을 모르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이 떠나봐야 소중함을 안다는 얘기다. 그의 발언은 일리는 있으나 다분히 고압적이다. 무엇보다 야구장 건립 문제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더욱 밀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화구단은 대전 시민의 소중한 자산이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야구장을 신축하는데 시민들이 수년간 관심과 정성을 모아온 이유다. 허 총재가 새 야구장 건립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경솔하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부산이나 대구·광주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KBO 총재 권한을 다 동원해 구단 연고지를 옮기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새 야구장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새 야구장이 들어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로 비인기 종목인 육상 등 트랙 선수들이 훈련할 최적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허태정 시장이 대안 제시 등 반대 의견을 설득할 정치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야구인 출신으로는 처음 KBO 수장에 오른 허 총재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지역 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자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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