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월 15일 대전 으능정이 거리유세에 나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진=이성희 기자] |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며 충청 표심잡기에 성공한 그는 정권교체 여론을 하나로 모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초박빙 접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먼저 충청은 이번에도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대 대선은 지역적으론 영호남과 서울·수도권, 이념으론 진보와 보수진영 간 '사생결단'의 싸움이었다. 호남과 인천·경기는 이재명, 서울과 강원·영남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동서 대결' 구도 속에 충청은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윤 당선인은 정치입문부터 충청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정치적 자산이 없던 그는 지역적 기반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출신지가 충남 논산·공주인 점을 바탕으로 대전·충청을 공략했다. 지역의 오랜 열망인 '충청대망론'과의 연계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충청의 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은 서울 출생이지만 충청 출신 부친의 아들로서 대망론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초창기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윤석열 대망론'이 지역 밑바닥 민심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친 연고를 제외하면 지역과 뚜렷한 접점이 없는 것도 이유였다. 윤 당선인은 간극을 차츰차츰 좁혀나갔다. 대권 도전 선언 후 첫 민심 행보로 대전을 찾았고, 대선을 100일 앞두고 나선 2박 3일 지역일정도 충청에서 소화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도 대전을 찾아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1월 21일 대전 오페라웨딩컨벤션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의 모습. [사진=이성희 기자] |
충청을 포함해 전국적으론 '정권교체'를 내세운 게 유효했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정권교체를 제1 목표로 내건 윤 당선인의 지지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은 정권심판을 외치며 중도·부동층 표심을 자극했다. 중도층 흡수에 성공한 그는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윤 당선인이 대권을 거머쥔 것도 결국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기대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았다.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고 할 수 있다. 안 후보 지지층이 전격적인 윤-안 단일화로 이탈하면서 이들을 온전히 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범여권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로도 작용해 초박빙 접전을 벌여야만 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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