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충청도 말이 느려? 아녀~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충청도 말이 느려? 아녀~

아름다운 충청도 사투리 사전...'작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365'

  • 승인 2022-02-10 13:42
  • 신문게재 2022-02-11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x9791160351293
"아버지~돌 굴러가유"라는 아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굴러온 돌에 죽음을 맞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충청도 말은 유독 느리고 길게 늘이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복날, 상대가 개고기를 먹는지 물을 때 충청도 사람은 딱 '개 혀?' 두 마디면 된다.



무능력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충청도 사람은 '애는 착혀'란 딱 네 마디로 정리한다.

극단적인 대비를 주는 충청도 사투리는 종종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충청도에서 유명 개그맨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충청도의 특성을 가장 살려 쓴 작가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의 소설 속 충청도 사투리들을 모아 새롭게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김성동 작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365'(김영호 지음, 작은숲 펴냄, 409쪽)은 '만다라', '국수'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 속 충청도 사투리 365개를 대전작가회의 회장이자 대전 민예총 이사장을 역임한 김영호 작가가 풀어쓴 사투리 사전이다.

충남 내포의 토박이말을 소설에 즐겨 쓴 김성동의 글들은 단어가 주는 참맛에 표현의 범위를 넓혔지만, 충청도 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이 좋지 않은 글, 어려운 글들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은 작가의 우리말 살리기 노력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독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언어 생활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ㄱ부터 ㅎ까지의 일반적인 사전 법칙을 따르지 않고, 내포 지역 충청도 말에 바탕을 둔 우리말 중 365개의 소설 속 쓰임과 그 말의 현대적 의미를 풀어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구체적인 문맥의 대비를 통해 어느 쪽이 우리의 삶을 더 정겹고 실감 나게 표현하는지를 독자들이 스스로 마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책은 단순히 충청도 사투리 번역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김성동의 문학 세계를 소개한다.

충청도 토박이말을 중심으로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내려써 간 작가 김성동은 '만다라'에서는 종교를 통해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에서는 역사가들이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통해, '풍적'에서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국수'에서는 임오군란에서 갑오 민중항쟁 직전까지 민중의 삶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말하고 있다.

'마안한(끝없이 아득한)', '살매(운명)', '바자위다(헤매다)', '풀쳐생각(스스로 위로하다)' 등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우리말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1.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2.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3.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