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던 그 때 그 '과학'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던 그 때 그 '과학'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 '판타레이'

  • 승인 2022-02-02 13:49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판타
▲게티이미지뱅크
전자레인지의 출발이 군수기업의 레이더 장비개발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마그네트론 근처에서 주머니의 초콜릿이 녹는 것을 본 군수 기업 레이시온의 연구원은 마그네트론의 극초단파가 수분의 온도를 올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의 페트리엇 미사일을 개발했던 군수 기업 레이시온의 돌연변이 특허가 우발적으로 전자레인지가 된 사연이다.

이제는 산불진압과 살충제 살포 등에 사용하던 드론도 시작은 군수 장비였다.



1893년 오스트리아군이 베네치아를 폭격한 것을 시작으로 역사에 등장한 드론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난구조와 국경감시, 산불 진압 등을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드론은 앞으로 택배 등의 물건 배달 등에도 사용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그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군수 장비가 일상 가전이 되는 건 결국 과학이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은 '미지의 영역'이자 '울타리 너머의 영역'으로 인식된다.

2021년 10월 대한민국 최초로 발사됐던 저궤도 실용 위성인 누리호의 핵심 부품 개발자인 민태기 에스엔에치 기술 연구소장의 '판타레이-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민태기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548쪽)는 이 같은 과학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 편견을 반박한다.

책은 과학자들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간 정치 문화적 배경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제목이자 저자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한 '판타레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고정불변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유체와 같이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의미다. 제목처럼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유체역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제로 헤라클레이토스가 "판타레이"를 말한 후 철학자들과 다빈치 같은 예술가,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같은 근대 자연 철학자 겸 수학자, 수많은 지성들이 소용돌이 흐름이라는 뜻을 가진 보텍스(vortex)를 중심에 놓고 자신의 사상과 연구를 전개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정립된 후 '유체'에 대한 연구가 과학사에서 사라지면서 과학 기술의 역사에는 설명되지 않는 구멍들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한다.

전자의 이동을 전기의 흐름으로 부르거나, 경제학자들의 화폐의 유동성 등이 모두 '유체'에 관련된 사실들이다.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을 가진 '판타레이'처럼 제목에 걸맞은 유체 과학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생생하게,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과학자들에게 경주마와 같은 눈가리개를 씌우고 특정 분야 속에 가두려 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그리고 '원래부터 과학자들은 결코 과학으로만 소통하지 않았고, 동시대의 음악, 미술, 문화적 소양을 끊임없이 흡입해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학문을 완성했음'을 알리기 위해책을 저술했다"고 말한다.

현대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제는 사라졌지만 열역에서부터 전자기학, 그리고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까지 수많은 과학 기술의 원천이 된 '보텍스'에 대한 이야기가 예술과 경제, 시대를 통해 서술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할 수 있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죽동2지구 중학교 부지 삭제 논란… 주민들 "이해 어려워" 반발
  2. "중동發 에너지 위기 넘는다" 25일 0시부터 차량 5부제
  3. 불법증축 화재참사 안전공업, 대화동 공장에서도 불법구조물 의혹
  4.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입건…경찰 45명 조사 마쳐
  5.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8선거구 윤정민 "시민 삶 바꾸는 생활정치 실천"
  1. '멀티모달' 망각 문제 해결한 ETRI, '건망증 없는 AI' 원천 기술 개발
  2. 안전공업 2009년부터 화재신고 7건, 대부분 슬러지·분진 화재
  3. 천안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헬기… 담수 과정 중 저수지로 추락
  4. 통합 무산 놓고 지선 전초전… 충남도의회 ‘책임론’ 포문열어
  5.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헤드라인 뉴스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포장 용기와 비닐봉지, 포장지 등 가격이 꿈틀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 관련 자영업자 등은 한 달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까 전전긍긍이다. 25일 대전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음식을 포장하는 배달 용기의 가격이 점차 상승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탓에 원재료비와 공공요금, 월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용기와 이를 담는 비닐 가격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중..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의 최강을 가리는 '제1회 류현진배 중학야구대회'가 25일 대전한밭야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재)류현진재단과 대전시체육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의 이름을 건 첫 야구대회로,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 28개 팀이 참가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류현진 이사장,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희 대전시의장, 김운장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인 노시환, 문동주, 강백호, 정우주 등의 현역 프로선수들도 현장에서 중학교 야구팀 선수들을 응..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김태흠 충남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 정부가 학교 자체를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일반학교를 영재학교로 전환해 운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25일 도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 중 영재학교가 부재한 곳은 충남을 포함해 8곳이다. 이에 도는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캠퍼스를 2028년까지 설립해 반도체·첨단 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기술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내포신도시에 영재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