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40]속수(續修)승평계 실제 ‘연습장소’, 찾았다…‘사진 확보’

[10년간의 취재기록-40]속수(續修)승평계 실제 ‘연습장소’, 찾았다…‘사진 확보’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이 직접 그린 손그림과 ‘100% 일치’
이장용 선생, “단원들 매달 모여 연습, 어느 때는 수시로 모여”
이 선생의 구슬증언, ‘제천=국악의 고장’ 증명할 값진 기록

  • 승인 2022-01-25 14:58
  • 수정 2022-01-25 15:1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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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단원들이 연습했던 실제 장소(빨간색 부분)'…연습 장소는 제천시 청풍면 읍하리다.사진 중간 부분에 '팔영루(지서 옆에 위치·조선시대 건축물, 충북도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가 보인다.이장용 선생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팔영루 옆에 살았는데, 팔영루와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를 지나서 등·하교 했다고 한다. 이 사진은 2022년 1월 21일 '청풍부읍지사료집성' 기록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장용 선생(89·제천시·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의 구슬증언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선생의 증언은 당시, 제천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장면을 실제로 보고, 들었던 내용이다. 그의 75년 전 기억은 생생하고 매우 구체적이다. 속수승평계 단원들이 입었던 한복과 한복 색상, 그리고 그들이 연습했던 연습장소 주변 모습 등 그의 기억은 빈틈없어 보였고, 자세했다. 현재까지 확인 결과 그는 '속수승평계'의 마지막 구슬 증언자다. 그가 기억하지 못했거나,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속수승평계의 중요한 단서 역시, 사라졌을 것이다. 특히 철도·시멘트·잿빛도시 등 딱딱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제천지역은 국악의 고장이자, 예향의 고장이라는 결정적인 '역사'도 묻힐 뻔 했다. 그는 속수승평계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본보 단독'으로 그를 만나 75년 전,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본보는 2022년 1월 12일 오후 제천시 이장용 선생의 자택에서 2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나이는 현재,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제천=국악의 고장임'을 증명할 값진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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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용 선생(89·제천시·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이 기억으로 직접 그린 속수승평계(1918년) 연습장소(빨간색 부분)'…청풍부읍지사료집성에서 기록된 속수승평계 실제 장소와 100% 일치한다. 이장용 선생은 증명을 위해 직접 그린 문서에 손도장(사진 왼쪽)을 찍었다. 본보는 그의 모든 기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사진은 2022년 1월 12일 이장용 선생의 자택에서 촬영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일문일답


-청풍호가 수몰되기 전 어디에 살았나?
"당시, 제천시 청풍면 읍하리다. (청풍)지서 앞에 살았다. (속수)승평계원들이 모인 장소는 팔영루(지서 옆에 위치·조선시대 건축물, 충북도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옆이다. 우리집도 팔영루와 매우 가까운 위치다."


-당시 몇 살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다. 초교 4, 5, 6학년 시절인 것 같다. 초등학교 등·하교 때, 그 집(속수승평계 모인 장소) 문 앞을 꼭 지나갔다. 당시 노인네(속수승평계 단원)들이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었다. 도포도 입었다. 그 분들이 그 집을 들락날락했다. 이집에서 뭐하나 보니까. 창(소리)과 북소리, 피리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구소리와 가야금 소리 등이 들렸다. 어려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대문을 빼꼼히 들여다보고…. 그런 기억들이 난다."
-속수승평계 모인 장소에서 관악기 소리만 들렸나, 현악기는 안 들렸나.
"가야금이 주축이 됐던 것 같다. 또 북치고, 장고치고, 피리 소리는 보조 악기였던 것 같다. 가야금 소리가 들리면 신기해 했다." 

 

제천 팔영루 터
'제천시 청풍면 팔영루 터'…지금은 수몰돼 없어졌다. 속수승평계(1918년) 연습장소가 팔영루 앞에 위치해 있었는데 연습장소 역시, 수몰됐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속수승평계 단원들은 몇 명이나 모였던 것 같나.
"대문 틈이나 담장 넘어서 볼 때, 20여명 정도, 모인 것 같다."
-매일 모였나, 매주 모였나, 매달 모였나. 모인 주기는.
"어려서 보니까, 보통, 한달에 한번 정도 모인 것 같다. 경비(단체에서 주는 월급 수준)를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각자 부담을 했던 것 같다. 속수승평계를 운영 하는거니까, 자주 모였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따금씩 모였는데, 그게 한달 간격인 것 같다. 어느 때는 계속해서 볼 때도 있었다."


-단원들이 얼마나 연습했던 것 같나.
"그분들이 그날 모여서, 하루 종일 있었던 것 같다. 저녁에는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숙소가 있어서 거기서 자는 것도 아니니까. 그때만 해도, 교통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근거리에서 노인네들이 대개 모였던 것 같다. 모인 사람들은 환갑을 넘긴 것 같다. 그분들이 모인 것은 하루 일과라고 봐야 한다."


-이곳에서만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했나.
"그렇다. 내가 본 것은 한곳에서만 했다. 그 집에서만 모인 것 같다. 그 집이 단원들의 집결지 같았다. 그 집이 매우 컸다. 그 집, 주인이 단원들의 회장(속수승평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집에서 연습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내 기억은 집결장소가 그 집인 것 같았다. 당시에 노인들이 모여 '국악을 하면서 노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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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왼쪽)'…이 선생은 1940년도 중반 초교시절, '읍하리 마을 지도'를 직접 그리고 있다. 그의 기억은 생생했고, 매우 구체적이다. 당시 이 선생 거주지는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장소와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 선생님 거주지와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장소 거리는.
"직선거리로 100m 정도 된다."


-다른 기억은 없나.

"농업학교 4년(17세)을 다니다가, 6·25 전쟁이 터졌다."


-그 분들의 복장은.
"흰색 계통에 두루마기나 도포, 그리고 갓을 썼다. 이런 옷을 입은 분들이 그 집을 들락날락 했다."


-단원들이 악기를 가지고 다녔나.
"단원들이 그 집에 악기를 보관해 놓고, 모여서 연습한 것 같다."
-그 집은 어떤 구조였고, 어떻게 생겼나, 그리고 기억이 나는지.
"규모는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큰 마당으로 구성됐다. (속수승평계 연습장소)그 집은 도로(길) 옆으로 길게 이어졌고, 안채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집 주인은 안채에서 생활했고, 사랑채는 (속수승평계)연습실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 집(연습장소)이 굉장히 켰다. 못 사는 집은 아니였다. 그 동네에서 먹고 살기 괜찮은 집안이니까, 그곳에서 창(소리)을 하고 가야금 등 연주를 했던 것 같다. 농사짓고, 바쁜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겠나. 옛날에 60살만 해도 늙은 노인이었다. 지식도 많았던 것 같다. 시골 서당에 다니면서 한문 공부 좀 한 것 같았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 등에서 여유가 있어 보였다."


-마지막 본 기억은.
"농업학교 4학년일 때다. 17~18살쯤 된 것 같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연습장면을 주로 봤다. 초교 저학년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고학년(4, 5, 6학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보고 싶고 그러니까, 대문 틈과 담장 너머로 들여다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창을 하고, 악기를 다루다보니까. 할아버지 아들은 소리와 악기 등을 잘 다뤘다. 할아버지 아들 A 씨가 그곳(제천시 청풍면)에서 식당을 했다. 시골에서 먹고 살게 없으니까. A 씨는 식당에서 손님들과 함께 장구치고, 노래하는 등 풍류를 즐겼다. 그런 모습까지 봤다. A 씨는 음악(국악)을 잘 했다. A 씨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창과 악기, 춤 등을 잘 했던 것 같다. 나도 젊은 시절 A 씨 집에가서 음식도 먹고, 노래하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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