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고독사, 멀지만 가까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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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독사, 멀지만 가까운 이야기

  • 승인 2022-01-09 13:04
  • 신문게재 2022-01-10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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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사회과학부 기자
바쁜 평일을 보내고 나에게 주어지는 꿀 같은 휴식 시간. 주말이 되면 나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몇 주 전 토요일. 그날도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주말 동안 시청할 드라마를 고르고 있었다. 그 중 좋아하는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드라마의 표지가 내 눈에 띄었고 무의식적으로 시청 버튼을 눌렀다. 배우의 얼굴을 감상한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정주행했지만, 마지막 편을 볼 때쯤 마음 한 켠에 슬픈 감정이 자리잡았다.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 드라마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 사입니다]이다. 제목 그대로 유품정리없체의 이야기로 동시에 고독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일하던 중 크게 다쳐 고시원에서 홀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청년, 주민들의 갑질을 견뎌온 경비원,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파양돼 무국적자로 전락한 해외 입양자, 데이트 폭력 피해자 등 여러 인물이 소개됐다.

드라마가 보여준 이러한 에피소드가 우리들의 현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현실이 좀 더 가혹할 수 있다. 얼마 전 고독사 관련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지역에 있는 유품정리사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유품정리사로 일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사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슬프게 다가왔다.

한 업체의 사장은 몇년 전 70대의 한 노인이 홀로 숨졌다는 의뢰를 받았고, 고인의 짐을 치우기 위해 해당 빌라를 찾아갔다고 한다. 도착한 집은 여기 저기 끔찍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노인이 숨진 집의 싱크대 수도꼭지가 고장나 계속 물이 틀어졌지만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그 수독꼭지를 꺼줄 사람이 없어 결국 물은 현관을 넘어 계단까지 흘러간 것이다. 결국 빌라 전체에 물이 새자 한 입주자가 신고했고 3주 만에 노인이 발견됐다고 한다. 물이 새지 않았다면 그 노인은 한 달 아니 몇 달이 지나도 발견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 곳곳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대전에서 고독사로 추정되는 인원은 320명. 고독사를 타인의 일처럼 느꼈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좀 더 가까워 지고 있다. 대전을 포함에 각 지역에서는 고독사를 막기 위한 대안책을 만들고 예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웃 주민들과 안부를 물으며 왕래를 묻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두껍고 차가운 현관문을 잠시 열고 서로에게 조금만 관심을 주는게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팍팍한 회색빛이 도는 도시에 잠시라도 한 줄기 빛이 돌길 바라며. '똑똑' 벽을 잠시 허물고 안부를 물어보는 게 어떨까. 김지윤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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