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부모의 삶을 통해 본 현대사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부모의 삶을 통해 본 현대사

아들아, 살아보니 사랑이더라
어머니의 밥상

  • 승인 2021-12-16 15:53
  • 신문게재 2021-12-17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아들아
어릴 적 불렀던 동요 중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있다.

정확한 뜻은 몰랐지만, 부르면 어느새 숙연해 지는 '통일'은 마치 올림픽 금메달 수가 국가 순위라고 믿으며 밤을 세워 태극 마크를 응원하고, 국기 게양대 맨 위에 오른 태극기를 보며 눈시울을 닦던 정서와도 일맥 상통한다.

당연한 시대의 숙제라 부르던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소원일까.

도무지 어떻게 정의할 수가 없어X라 부르던 70년대 생 'x-세대'에 이어 줄이어 등장한 신세대들은 어느새 알파벳 z까지 와버렸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논의에 힘들게 노력해 얻은 국가대표 기회를 '통일'이라는 담론에 밀려 뺏겨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젊은 국가 대표팀만큼 사회적 정서도 바뀌었다.

이제는 종전 논의까지 힘을 얻으며, 통일 보다는 '내집마련', '비트코인' 이 꿈인 세상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살아낸 노년의 삶은 어떻게 비춰질까.

일제시대에서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독재정권과 민주화 운동 등 누구의 삶을 들여다 봐도 굴곡지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삶은 없었을, 우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80대 실향민 부부의 삶을 통해 본 대전, 한국의 역사를 담은 '아들아 살아보니 사랑이더라'(길재섭 지음, 미디어줌 펴냄, 284)가 부모의 기억을 통해 지역과 우리의 현대사를 그리고 있다면 '어머니의 밥상'(강병철 지음, 작은숲 펴냄, 276쪽)은 '밥'을 안먹으면 큰일 나는줄 알았던 그 시대 우리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머니의 밥상=강병철 작가의 '어머니의 밥상'은 지난해 봄부터 갑자기 쓰러져 2년이 되도록 병상에 계신 어머니의 식사 모습을 보며 엮게 된 산문집이다.

요양병원으로 입원한 어머니의 밥상은 환자용 식기에 담긴 다소 초라한 밥상이다. 작가는 이 초라한 밥상을 보며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밥상을 떠올린다.

작가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밥상은 어머니 손에서 자라고 다듬어진 것들로 채워진 살뜰한 밥상이다.

남편과 자식들의 입맛에 따를 뿐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절대 밥상에 올리지 않았던 어머니는 어쩌다 외식날 좋아할 법한 음식이 올라와도 "난 원래 그런 거 싫어혀"라며 손사래를 쳤다.

저자는 '맛있는 게 없을 줄' 알았던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초라한 식기에 담긴 식사를 하던 모습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오랜 세월 동안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입맛마저 잃어버리고 살아온 어머니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진 작가는 어머니의 희생의 삶에 일제 식민지 시대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아버지 녹록치 않았던 인생도 글로 담았다.

문장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독자로 하여금 몽글몽글한 감성을 일으킨다.



▲아들아, 살아보니 사랑이더라=해방 후 평안도 영변과 황해도 황주에서 월남해 부산에 뿌리를 내렸던 실향민의 삶을 아들이 구술을 받아 엮은 '아들아, 살아보니 사랑이더라'는 책 제목처럼 힘겹고 고된 삶을 살아낸 노 부부의 달관과 가치관을 보여준다.

책은 이제 팔십대인 책 속 주인공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두 주인공은 같은 세대의 많은 이들처럼 평범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삶의 모든 장면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히 살았다.

저자는 부모들의 일대기를 구술 받으며 모든 이야기가 사실에 근거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 속에 나오는 모든 에피소드는 논픽션이다.

여기에 대전중앙시장 대화재 등 대전의 역사가 담겨 있어 흥미를 끈다.

저자는 두 주인공의 여러 사건과 삶의 여정을 시간 흐름에 따라 교차하면서 정리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80대의 두 주인공들도 본인의 삶이 아름답게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2.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3.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4. 오석진 대표 교육복지 공약 '대전 에듀카드'본격 추진 재원마련은 과제
  5.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1. [대전MZ로그]"평범한 건 싫어요"···각양각색 소품을 나만의 취향대로 개성있게 꾸미는 2030 소비 트렌드
  2.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6월26일 금요일
  3. [박헌오의 시조 풍경-21] 벌목장의 텃새
  4.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응원
  5. 범죄피해자의 심리적 회복과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 위한 업무협약

헤드라인 뉴스


신고 30초 만에 경찰 등장… 보이스피싱 현행범 체포 성공

신고 30초 만에 경찰 등장… 보이스피싱 현행범 체포 성공

대전 동구의 한 약국 앞 길거리에서 시민과 경찰의 신속한 공조로 8천만 원 대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오후 6시경 대전 동구 소재 약국 앞 현금인출기 인근에서 40대 여성 피해자가 누군가와 통화하며 흰 가방을 20대 남성에게 건네고, 남성이 이를 받아 급히 자리를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현장에 있던 50대 시민은 이를 수상하게 여겨 즉시 남성을 주시하며 112에 신고한 뒤 피의자의 뒤를 쫓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인근에서 거점 순찰 중이던 대전역지구대 송준호 경사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