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33] 판소리 ‘가문’의 마지막 후손, 이애리씨의 ‘품격(品格)’

[10년간의 취재 기록-33] 판소리 ‘가문’의 마지막 후손, 이애리씨의 ‘품격(品格)’

중고제 대(代) 잇는 서산 ‘심씨 가문’, 200여년 역사…국내 3대 가문 중 하나
“짜임새 있고, 단단해졌다”…제2회 서산중고제 가무악축제의 의미 있는 평가
국내 최고의 석학(碩學) 한자리, “중고제,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

  • 승인 2021-12-13 10:27
  • 수정 2021-12-13 14:35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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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판소리 석학(碩學)'…왼쪽부터 김석배 금오공과대학 교수,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석학들은 "중고제는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판소리의 거장' 심정순(1873~1937) 명창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창이다.

우리나라 국악계의 보물이면서 충남 서산지역의 자랑인 심정순 명창의 가문은 판소리 전승 계보를 200여년 동안 이어왔다. 이른바 판소리 '심씨 가문'이다.

서산 '심씨 가문'의 시작과 가계도는 이렇다. 심정순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의 아버지는 피리의 거장 심팔록이다. 심팔록이 심씨 가문의 첫 시작이다. 심정순의 형제는 심창래(가야금 명인)와 심모 씨로 알려져 있다. 심정순은 2남 2녀의 4형제를 뒀다. 심재덕(국악이론), 심재민(농사), 심매향(가야금·판소리), 심화영(가야금·판소리)이다. 4형제의 사촌은 심상건(가야금 명인)이다. 가수 심수봉의 아버지가 국악이론가 심재덕이다. 가족 모두가 5대에 걸쳐 국악계를 주름잡고 있다. 심씨 가문은 우리나라 '판소리 3대 가문' 중 하나다. 3대 가문은 동편제 송만갑 일가와 서편제 김창환 일가, 그리고 중고제 심씨 일가인데 송만갑·김창환 일가의 경우 가업이 단절됐다. 그러나 심씨 일가는 200여년의 파란만장한 한국 역사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심씨 가문의 마지막 후손은 이애리(여·42·충남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 씨다. 그는 현재 (사)중고제 판소리 보존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외할머니인 심화영 명창에게 판소리 단가와 가야금병창을 전수했다. 단가는 '만고강산', 그리고 가야금병창은 '한송정'과 '백구타령' 등이다. 초기 판소리(중고제), 그러니까 충청도 '제(制)'를 그대로 보존하고 계승한 인물이 바로 그다. 그의 형제들과 사촌 등은 현재 국악인의 길을 걷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가 마지막 '심씨 가문'의 전승자다.

이 씨는 심씨 가문의 기품 있고 장중한 중고제를 살려내기 위해 그동안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그의 땀과 노력은 서산시 정치계와 문화·예술계 등을 조금씩 움직였다. 한마디로 서산지역 모두가 중고제를 살려내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때문에 중고제의 고장은 '서산'으로 굳어졌다. 서산지역뿐만 아니라 국악계 학자들도 모두 나선 덕분이다.

가계도
'서산 심씨 국악 가계도 사진'… 중고제 명문가 계통에서 현재 유일하게 단절되지 않고 전승되고 있는 중고제 가무악의 큰 산맥 '서산 심씨 국악 가계도'다. 200여년 파란만장했던 한국 역사를 이겨내고 충청의 은근과 끈기로 이어온 가업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에 활동한 동편제 송만갑 일가와 서편제 김창환 일가의 경우 가업이 단절된 것에 견준다면 실로 놀라운 일"이라고 노재명 국악학자는 말했다. (조사 정리/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제공.
서산 시민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축제가 바로 '서산 중고제 가무악축제'다.

(사)중고제 판소리 보존회를 중심으로 펼쳐진 제2회 서산중고제 가무악축제는 더욱 짜임새 있고,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고의 판소리 석학(碩學)들이 이번 축제에 대거 참여했다. 석학들은 중고제의 보존과 향후 계획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충남 서산지역의 중고제 예인들도 총 출동해 가무악 공연을 펼쳤다. 따라서 '이론과 실기'로 대중들에게 중고제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높였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행사는 중고제의 대중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던 의미 있는 축제였다.

이애리 명창
'이애리 충남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이 씨(왼쪽)는 외할머니인 심화영 명창에게 판소리 단가와 가야금병창을 전수했다.고수(오른쪽)는 이은우 중고제 가무악단 '심' 성악분과장이다. <이애리 씨 제공>
서산 중고제 가무악축제는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충남 서산시문화회관에서 '학술세미나와 공연' 등으로 개최됐다. 학술세미나가 첫 포문을 열었다.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대표적인 석학은 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대학원 명예교수, 김석배 금오공과대학 교수,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다. 이들은 학술세미나에서 "중고제는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뿐만 아니라 중고제 박물관 등 중고제 관련 문화의 보존과 발전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먼저 허 명예교수는 '중고제 심청가와 가사집 호서가'라는 주제로 세미나 문을 열었다. 이어 김 교수는 '내포지역의 중고제 판소리의 지형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노 관장은 '중고제 판소리 속의 그림 고찰'(부제: 중고제 자료관 설립시 판소리 형상화 전시를 위해)에 대해 분석했는데, 어느 세미나에서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논문이라 세미나 현장 참석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주 교수는 '중고제의 가치와 미래전략'과 관련해 중고제 판소리 콘텐츠화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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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중고제 가무악축제 학술세미나가 지난 6일 충남 서산시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우리나라 최고의 판소리 석학(碩學)들이 이번 학술세미나에 대거 참여했다. 석학들은 학술세미나 이후 기념촬영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학술세미나가 끝나고 서산지역 예인들이 무대를 마련했다. 가무악 공연은 지난해 첫 해와 달리 공연의 다양화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중고제 가무악단 '심'은 서산지역 중고제 명창인 심정순, 심상건, 심매향, 심화영 등 심씨 가문의 음원을 복원하기 위해 공연 등으로 노력 중이다. 또 홍서은(서산 서남초 5년)·김세현(서산 서동초 1년) 학생은 가야금 2중주 '침향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당극도 펼쳐졌는데, 한국연극협회 서산시지부 배우들이 출연, 동참했다. 뜬쇠예술단의 판굿과 줄꾼 박희승은 절정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경호 (사)중고제 판소리 보존회 회장은 "서산은 고수관, 방만춘, 심정순 등 수많은 중고제 명창을 배출한 지역"이라며 "그 후손과 후학들이 여전히 서산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중고제 보존을 위한 근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술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중고제에 관한 이론, 학술적인 내용도 보충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일종 국회의원과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장 등은 축사를 통해 "서산지역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중고제를 판소리 보존회가 계속해서 발전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애리 씨는 "앞으로 심씨 가문의 문화적 가치를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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