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대아울렛. |
지역 중소상인들은 코로나 팩데믹이 2년여간 계속된데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형점포의 입점으로 매출이 크게 곤두박칠을 치고 있지만 시가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한채 엉뚱한 돈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월 30일 대전지역 중소상인회에 따르면 대전시는 2019년 4월 지역균형발전기금 마련을 위한 '대전광역시 지역균형발전기금 조례'를 제정하고 재원 마련에 돌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공약 중 하나로 지역균형발전기금은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올해 350억원 규모의 사업을 선정해 일부 지원도 마쳤다. 시는 이 균형발전 기금을 2023년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균형발전 기금에 대형 점포들이 입점하며 대전시에 기부한 지역환원 기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전시는 균형발전기금 조례를 제정한 후 7개월 뒤인 2019년 11월 현대아울렛으로부터 지역환원금으로 40억원을 받아 일반회계 전입금 360억 원을 포함해 400억 원을 균형발전기금으로 조성했다. 현대아울렛은 대전시에 60억원의 지역환원금을 약속했으며, 20억은 아직 납부하지 않은 상태다.
대전시는 지역환원이 민간이 시에 자발적으로 환원하는 금액이라는 점을 들어 사용처는 시의 재량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대형점포로 가장 피해를 본 상인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종문 남서울대 유통학과 교수는 "현대아울렛이 이익을 발생시켰을 때 가장 손실을 본 경제주체는 중소 상인"이라며 "지역환원금 활용방안에 대해 상인과 협의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은 "지역환원금을 균형발전기금에 포함하는 조례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지역환원금은 재단을 만들어 소상공인 지원·협력을 위해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인단체도 비판을 가세했다.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장은 "주민 생활기반시설 건축은 시 예산으로 해결할 문제"라면서 "시가 상인들을 무시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출연을 약속할 경우 시에서 받으려면 명목이 있어야 하는데 조례가 없었다"라며 "그래서 지역환원금을 지역발전기금에 명시했다"라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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