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가을과 겨울 사이의 피아노 협주곡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과 겨울 사이의 피아노 협주곡

안성혁 작곡가

  • 승인 2021-11-15 10:07
  • 신문게재 2021-11-16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안성혁 작곡가
가을과 겨울 사이의 피아노 협주곡
가을이다. 어느덧 산천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나무는 옷을 벗으므로 겨울을 준비한다. 나뭇잎은 증산작용(수분을 증발시키며 온도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수분이 부족한 겨울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드린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단풍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그렇게 시나브로 겨울이 온다. 우리 역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향한 준비를 위하여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정말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지금은 그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에게 힘을 주는 음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동토의 땅 러시아. 이곳 사람들은 우리처럼 아이들을 키울 때 포대기에 싸서 업고 키운다. 이렇게 포대기에 싸서 키운 아이들은 정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 음악들을 좋아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쥬라블리(백학)',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중 No 2번 왈츠 등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명곡들이다.

불화를 화해로 이끈 피아노 협주곡.

1875년 10월 25일 한 피아노 협주곡이 미국 보스턴에서 독일의 저명한 지휘자이며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 피아노 연주와 지휘자 벤자민 존슨 랭의 지휘로 초연하는 현장이다. 시작은 혼의 팡파르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성이 풍부한 선율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 협주곡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으며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 협주곡을 구상하게 된다. 작품의 초고를 스승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Nikolai Rubinshtein)에게 들려준다. 루빈슈타인은 이 작품을 듣고 매우 혹평하였다. 차이코프스키는 매우 자존심이 상했고 둘은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이후 그는 한스 폰 뷜로(Hans von B?low)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냈고 한스 폰 뷜로는 이 작품을 초연하면서 브람스와 생상의 반열에 올리며 극찬을 하였다. 그렇게 이루어진 초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해 1875년 12월 3일 모스크바 연주를 들은 루빈슈타인은 자신의 혹평을 철회하고 루빈스타인 자신도 이 작품을 자주 연주하였다.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졌다.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작품이 둘 사이를 화해시킨 것이다. 그렇다. 음악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시련을 이기고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1901년 11월 9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더 실로티 지휘와 작곡가의 피아노로 초연되었다. 바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다. 그의 프렐류드의 C#단조와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그는 교향곡 1번을 작곡하였다. 그런데 그의 기대와는 달리 끔찍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니콜라이 달 박사는 그에게 "이 시련을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최면 치료를 하였다. 그는 회복하여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그의 걸작 피아노곡 '프렐류드 C#'단조는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후주로 마친다. 그런데 그의 피아노 새로운 협주곡은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의 서주부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시련을 딛고 다시 시작하여 명작을 쓰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것처럼. 작품 전체에는 러시아 특유의 낭만적 선율과 역동적인 열정이 가득하다. 그가 정신적 시련을 겪고 만들어낸 걸작은 듣는 이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다.

음악에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또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준다. 혹평과 슬럼프를 이겨내며 작곡된 위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들으며 다시 시작해보자. '위드 코로나'의 시작이다. 다시 한번 힘내보자. 코로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안성혁 작곡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태흠, 리스크 많은 정무수석 부르는 이유는?
  2. 여름방학 맞은 지역학원가 '의대 열풍' 후끈… 대전서도 '초등 의대반' 시동걸까
  3. [날씨] 8일 충청권에 강한 비…충남 서해안 호우특보 가능성
  4. 대전시, 국비 확보전에 적극 나선다
  5. 대전시‘협동조합의 날 12주년 기념식’ 개최
  1. [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뒤처진 대전교육청, 환경교육센터로 체계 갖추자
  2. [오늘과내일] 슬기로운 견주 생활
  3. 대덕구, 대전 최초 스마트 건강관리 플랫폼 '북부 주민건강센터' 개소
  4. [월요논단] 글로컬 대학 30, 새로운 버전을 생각하며
  5. 정용래 유성구청장, '스마트 경로당' 우수사례 발표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하반기 분양 물량 2만 8000여 세대 전망

충청권 하반기 분양 물량 2만 8000여 세대 전망

올해 하반기 충청권 분양물량은 2만 8000여 세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도 20만 세대 가까운 아파트 공급이 예정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일 직방이 2024년 하반기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을 조사한 결과, 전국 222개 단지에서 19만 3829세대가 공급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7월이 2만 8323세대로 가장 많았고, 8월 2만 684세대, 9월 1만 9723세대, 10월 1만 6932세대 등 연말로 갈수록 물량이 줄어들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한 세..

대전·내포 ,`무늬만 혁신도시` 벗어날까… 특별법 개정안 등장
대전·내포 ,'무늬만 혁신도시' 벗어날까… 특별법 개정안 등장

혁신도시 지정 4년째인 대전 동구와 대덕구, 충남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가 ‘무늬만 혁신도시’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혁신도시 지정 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1년 이내에 확정해 공표토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현행법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시책 추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에 따라 2013년부터 2..

`다시 전세로`…대전 전세 시장 활기 띠나
'다시 전세로'…대전 전세 시장 활기 띠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과 금리 부담이 차츰 줄어들면서 수요자들이 전세로 다시 발을 돌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계약 비중이 최근 60%를 돌파하면서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대규모 전세 사기 여파에 따라 크게 위축했던 대전의 전세 시장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 8일 부동산R114와 연합뉴스가 전월세거래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전세계약 비중이 1분기(58.6%)보다 늘어난 61.1%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에 호우 경보…물에 잠긴 갑천 대전에 호우 경보…물에 잠긴 갑천

  • 전면 통제된 하상도로와 언더패스 전면 통제된 하상도로와 언더패스

  • 대전지역 밤사이 많은 비…출근길 ‘교통 대란’ 대전지역 밤사이 많은 비…출근길 ‘교통 대란’

  •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유등천 산책로와 시설물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유등천 산책로와 시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