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세대가 기억할 수 있는 전시·교육"… "성패는 이야기의 확보와 재현"

[기획] "미래세대가 기억할 수 있는 전시·교육"… "성패는 이야기의 확보와 재현"

최호근 교수 "방문객 동일시할 수 있는, 희생자 스토리 발굴 필요"
"능력 있는 예술가, 아동심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 참여해야" 강조
평화공원 조성 후 시설 운영 주체 고민 필요, 관 주도 탈피 목소리도

  • 승인 2021-11-14 18:11
  • 수정 2021-11-14 21:03
  • 신문게재 2021-11-15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중도일보 창간 70주년 기획-골령골 평화공원, 추모를 넘어 인권의 공간으로]

6. 인권의 평화공원을 위해선-각계 목소리


2021110301000249400005821
지난 2일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우리 아버지들의 뼈 아픈 사건을 앞으로 자라나는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교육관 같은 기능을 하면서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되새겨 주는 시설이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2024년 완성될 산내 평화공원 (가칭)진실과 화해의 숲에 이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전시공간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전했다.



전 회장은 "미래세대가 기억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유족들을 위한 트라우마 센터나 공간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비극을 알리는 동시에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평화공원으로 탄생·자리잡기 위해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평화공원의 핵심은 높은 위령·추모탑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 가운데 전시 콘텐츠와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 기념 문화를 주로 연구하는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산내 평화공원 내 전시 공간의 성패가 '이야기의 확보와 재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최 교수는 "다양한 방문객이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 이 방문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희생자의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지 못하면 전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내 사례를 거론하며) 기념의 실패는 서툰 재현의 기법 때문이 아니라 스토리 발굴이 실패했기 때문에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골령골에서 많은 유해가 발굴되는 중이지만 이러한 유해를 전시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다. 최 교수는 "처참한 죽음의 사실적 재현은 사건과 무관한 사람에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공감되기 어렵다"며 "될 수 있는 대로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아동심리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앞서 국내 조성된 국가폭력 관련 시설이 홀로코스트를 모방하는 것을 지적하며 사건 전개 양상의 차이와 전시 선호 경향 등을 이유로 차이를 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충분한 준비시간의 확보와 개관 준비를 위한 워킹그룹의 구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충실한 준비와 공론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lip20211114131839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이 산내 평화공원이 조성될 골령골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전문가 그룹을 통한 충분한 준비는 앞서 조성된 제주4·3평화공원과 노근리평화공원 개관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관 중심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의 장을 넓히면서 견고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 이후 시설을 운영할 주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보다는 '민' 또는 '민·관'이 운영해야 탄력성 있는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누구로 둘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공무원이 하면 경직되고 박제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후 관리와 경영을 누가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데 민관이 합동 기구를 만들어 경직되지 않게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 이사장은 원활한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선 내년도 지방선거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평화공원 운영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지원할 수 있는 대전시장·동구청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 이사장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산내 평화공원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대한 공약을 요구하는 등 내년도 선거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며 "행정은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시민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끝>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