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속도에 따른 제동거리 실험'에 따르면 도로가 마른 상태일 때보다 살얼음 등으로 미끄러울 때 제동거리가 최대 5배(100km/h, 41.9m→203.9m)까지 길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로의 노면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인명 피해율은 건조한 도로보다 서리가 내렸거나 결빙(살얼음 포함)되었을 때 1.87배까지 증가한다.
이처럼 '도로살얼음'은 겨울철 교통사고 인명 피해율을 높여 '도로 위의 살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도로살얼음이란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면서 내린 비나 눈이 도로 위에서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도로에 눈, 비 등이 내려 표면에 살얼음이 얼고 아스팔트 노면 색깔이 그대로 투영되어 검은 얼음처럼 보이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Black Ice)'라고도 한다. 잘 보이지 않으면서 매우 미끄러운 탓에 고속주행 시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로살얼음은 한번 녹았던 눈·비가 완전히 증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져 얼어붙으며 생기기도 하지만, '어는 비'로 생기기도 한다. 어는 비는 중층 대기의 기온은 영상이지만 지표면 근처는 영하의 기온일 때, 빗방울이 지표면에 닿는 순간 얼어붙어 얇고 투명하게 코팅되는 비를 말한다. 실제로 2년 전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로 40여 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는데, 이 사고의 원인 또한 어는 비로 만들어진 도로살얼음이었다. 사고 당일에는 1mm 정도의 이슬비가 내렸는데 곧바로 도로 위에서 얼어버린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어는 비'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려주는 '어는 비 서비스'를 2020년 2월부터 날씨누리(weather.go.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어는 비는 ① 강수가 발생했을 때 ② 지면으로부터 약 1km 상공인 925hPa에서 기온이 0도 이상이고, ③ 지상 온도가 0~2도 이하일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지상 온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색깔로 발생 가능성을 구분하여 보여준다.
또한,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기후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날씨마루'에서 고속도로의 위험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3가지 위험기상인 눈, 비, 안개에 대한 정보를 3단계로 나누어 영동, 서해안(경기 일부), 서울 도시고속도로에 대한 도로위험기상정보를 CCTV를 활용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서해안 전 구간 노선에 대한 서비스도 확대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겨울철 노면 상태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공되는 기상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온도가 가장 낮은 새벽이나 아침 출퇴근 시간에 특히 주의하여 운행해야 한다.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 국도와 터널, 지하도에서는 반드시 서행하고, 도로살얼음 의심구간을 지날 경우 속도를 줄일 때 브레이크를 두세 번 나눠 밟거나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야 한다. 스노우체인이나 전용 타이어와 같은 겨울용 차량 장비를 사용하고, 타이어의 마모 상태 및 공기압 상태를 틈틈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겨울에는 도로살얼음 예측정보와 도로위험기상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여 더 이상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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