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룡 소장 |
하천관리사업소장 임무를 맡고부터 나는 주말에 토요일은 산, 일요일은 하천으로 걸어 다닌다. 출근은 집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하천으로 걸어서 사무실까지 온다. 약 2시간 30분 소요된다. 걸으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하천에 인공적 시설물 설치보다는 하천 그대로의 자연적인 특성을 살려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 걷는다.
유등천은 충남 금산면 진산면 삼기리의 인대산과 월봉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안영동, 유천동, 도마동, 용문동을 지나 삼천동에서 대전천과 합류한 후 갑천에 유입되는 연장 15.53㎞의 국가하천이다. 우리 지역 3대 하천(갑천, 유등천, 대전천)중에서 두 번째로 길고 하천변에 버드나무가 즐비하여 '버드내'라고 불렸다고 한다. 현재의 유등천이라는 명칭은 「1872년 지방지도」(공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글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대전천은 나의 유년, 청년 시절을 담았던 하천이지만 유등천은 30∼40대의 나에게는 꿈과 희망, 그리고 건강을 주었으며, 지금은 평생 동반자가 되어버린 '산(山)'을 일깨워준 정말 고마운 하천이다.
체격에 비해 엄청난 비만이었던 30대 초반, 용문교에서 복수교까지 하천 산책로를 왕복 12킬로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관계없이 꾸준히 걸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아니면 우렁이 각시를 유등천 한구석에 몰래 숨긴 것처럼 매일 새벽녘에 그렇게 걸었다. 그래서 무려 20㎏의 뱃살을 감량하여 몸이 가벼워졌고, 이 때문에 내가 미치도록 산을 즐기게 해준 고마운 하천이다. 그 당시의 하천 산책로는 지금보다는 허술하고 빈약했지만, 유등천을 좋아하고 아끼는 시민들 덕택에 오늘날의 산책로는 몰라보게 정돈되었고 깔끔해졌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백두대간 왕복 종주, 9개 정맥과 100대 명산을 완주하는 쾌거를 만들어냈고 비록,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세 번째 백두대간을 도중에 그만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유등천에 묻어버린 뱃살은 정말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3대 하천 내 모든 산책로가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는데 유등천은 걷는 방향에 따라 하천의 색깔과 즐거움이 사뭇 다르다. 뿌리공원 쪽에서 삼천교 방향으로의 물 흐름을 우안이라고 부르는데 아파트가 밀집된 우안은 시민들의 운동, 여가 쉼터 등을 충족시켜주는 시설물들이 혼재되어 있고 좌안 일부 구간(수침교, 가장교, 약 1.5㎞)은 시민들께서 자발적으로 게시해 주신 많은 전시물이 하천 벽에 있어 이를 보면서 하천을 걷는 시민들의 즐거움을 배가 되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 하천 사랑의 의지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유등천을 상징하는 버드나무길이 오랜 기간 누적된 토사로 수변 경관을 해치고 있고 무성한 잡풀들이 산책하는 여성들에게 혐오감과 불안감을 주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토사 및 잡풀들을 제거한 후 아름다운 꽃길을 조성하여 사계절 내내 예쁜 꽃과 흐르는 물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얼마 전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너구리로 인해 달빛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호기심을 주었지만, 너구리보다는 수달과 감돌고기들이 유등천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하천으로 가꾸어 나가야겠다.
버드나무 아래에 돌 벤치도 설치하고 제초작업도 산책로나 자전거도로 등 통행이 빈번한 곳은 지금보다 작업횟수를 늘려서 어디서나 걸을 때 하천의 흐름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자연환경자원이 부족한 우리 대전시는 3대 하천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살려서 시민들이 피곤하거나 지칠 때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유등천은 삼천교에서 대전천과 한 몸이 되어 둔산대교에서 갑천과 합류하여 모두 어우러져서 금강으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마치 오래 사귄 친구들처럼…. /주황룡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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