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송정애 대전경찰청장과 간부들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 |
21일로 76번째 '경찰의 날'을 맞는 충청권 경찰조직의 각오다. 올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변화의 중심에 섰다. 책임 수사와 풀뿌리 치안을 목표로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각종 문제 또한 발생하면서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경찰의 실천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먼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경찰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올해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아 독자적인 수사 주체로 거듭났다. 이전엔 수사 개시부터 마무리까지 검찰 지휘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후 책임 있는 선진적 수사를 약속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일부 경찰 사이에서 사건을 골라 받는 '사건쇼핑'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건 난이도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부적절한 행태로,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은 받지 않는 일이 일선 현장에서 벌어졌다. 수사에 들어가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사건 관련 증거를 고소인 또는 변호인에게 직접 찾아오고, 이를 고소장에 포함 시킬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수사 속도는 제자리걸음 수준을 면치 못해서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업무 과중이 심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민원인들에게 피해를 주면 되겠냐"며 "사건 처리 속도도 더욱 늦어져 우리 변호사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불만이 높다.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건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도 아직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주민 요구를 즉각 반영한 치안 활동과 지역 맞춤형 정책이 시행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자치경찰 사무인 교통정책에 불만이 높은 상황으로, 안전속도 5030 정책과 이에 따른 경찰의 단속 강화에 운전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도경찰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지닌 자치경찰위원회의 중립성, 다양성 확보도 남아 있는 숙제다. 지자체장, 지방의회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과 함께 위원회의 직종별 편중성도 문제다. 대부분 법조인, 공무원 출신, 경찰 관련 인사에 편중돼 있으며, 대전의 경우 여성 위원이 없다. 사무에 따라 지휘·감독이 달라지는 구조에 여전히 혼란을 겪는 경찰관도 많다.
이밖에 갈수록 심해지는 수사부서 기피 현상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일선 경찰관들의 가중되는 피로감, 증가하는 학대사고 예방을 위한 전문인력 증대와 전문성 강화 등도 경찰이 직면한 당면 과제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시 자치경찰위원)는 "경찰에게 주어진 과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실질적인 책임 수사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며 "자치경찰의 목표인 주민 중심의 민생치안이 실현되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전면시행 등으로 큰 변화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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