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충청권 메가시티의 모호한 정체성을 푸는 건 선결과제다. 현 단계는 통합정부나 메가시티보단 지역 현안 공동대응에 치우쳐 있기 때문인데, 4개 시·도가 연대해야 하는 당위성과 광역정부로 거듭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 계획을 구체화해야 할 때다.
2개 이상 지자체의 초광역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부는 초광역발전 계획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 전담조직도 만든다. 초광역 협력 신규 시범사업 국가보조율은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SOC)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은 총 사업비 1000억 원, 국가재정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완화 방안도 내놨다. 행정과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첫발은 뗐지만, 충청권 메가시티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전국 최초 메가시티가 될 부산과 울산, 경남과 비교해 추진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통합정부를 목표로 하는 대구와 경북처럼 의지나 연대가 견고하지 못하다. 그나마 메가시티 필요성을 화두에 올린 광주와 전남보다 한발 앞서 있을 뿐이다.
모호함은 결국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국가에서 초광역 협력을 전략사업으로 추진함에 따라 4개 시·도가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메가시티 구성을 채워갈 것이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최대 약점은 타 시·도와 달리 팽팽한 지역의 균형감이다. 550만 충청권 인구 가운데 과반을 차지할 만큼 독보적으로 인구나 경제기반, 각종 인프라를 보유한 도시는 없다. 4개 시·도에서 어느 하나의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는 뜻이다.
염 팀장은 "현재 메가시티는 지역 현안 발굴과 해결이 우선순위라서 공통 사업이나 연대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공통분모가 있고, 지역을 먹여 살릴 콘텐츠가 있다면 메가시티는 지금보다 빠르게 속도가 날 수 있다. 연대는 결국 4개 시·도가 하나가 되는 것이고, 하나의 목표에 올인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11월 말 최종 용역 보고회를 앞두고 있다. 대전의 4차 산업특별시,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 충남의 민간공항, 충북의 강호축 연결 등 4개 시·도의 주요 현안과 과제 등을 균형감 있고 예리하게 다듬는 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주제와 미래성이 확실하다면 협력은 반드시 일어난다.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공동 추진 과제를 만들고 4개 시·도의 긴밀한 연결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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