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하지 않는 표현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제로웨이스트' 등 새로운 외래어에 대한 순화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창제됐지만 그동안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촌스럽다고 인식되던 한글이 한류붐과 함께 가장 '힙(영어 단어인 힙(hip)에 -하다를 붙인 말로 고유한 개성과 감각이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뜻)'한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이 같은 한글의 인기에는 세계적인 아이돌로 떠오른 BTS의 영향이 크다.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른 BTS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는 한글 가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뮤직비디오에는 한글이 화면 가득 채우면서 세계적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BTS는 이전에도 종종 한국어 가사의 곡을 발표했다. 지난 달 열린 유엔총회에선 한국어로 연설하기도 했다.
K팝 노래를 외우기 위해 한국어를 독학하는 한류팬이 늘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최신판에 먹방(mukbang)', '오빠(oppa)' 등의 한국어 단어 26개를 수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누리면서 더빙 화면이 아닌, 한국어 화면을 시청하거나 한국어 자막을 보려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한글을 접한 외국인들은 "생소한 문자인데도 한달이면 쉽게 깨칠 수 있는 쉬운 글자이며, 한글 자체에 문자의 아름다움이 담겼다"고 표현한다.
한글이 세계화되면서 장애인과 여성, 어린이 등 소수 약자를 포용하는 정화 운동도 꾸준해 지고 있다.
서울 이외의 지역을 뜻하는 '지방' 대신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인 '지역'으로,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뜻인 '저출산' 대신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뜻인 '저출생' 등 '언어 감수성'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언어 사전'을 발표하고 미혼(아직 결혼하지 않음) 대신 비혼(결혼하지 않은 상태) 등을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장애를 희화하는 '결정장애',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치매' 등을 쓰지 말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언어는 문화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한류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언어는 그 사람의 정신세계와 도덕관념을 나타내기 때문에 민주적인 언어를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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