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집결지 폐쇄 지역사회 여론 중요" 성매매 거리를 양성 평등거리로

[도시재생리포트2021] "집결지 폐쇄 지역사회 여론 중요" 성매매 거리를 양성 평등거리로

[자연소멸과 인위적 폐쇄] ③아산 장미마을, 시민 친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

  • 승인 2021-09-28 10:01
  • 수정 2021-09-28 10:10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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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장미마을이 성매매 집결지로 만들어진 건 1970년부터였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아산 온천동 일대의 지역상권이 활성화되자 술집과 여인숙 등의 유흥업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온천동 일대 골목은 유흥을 즐기려는 남성들이 모이는 곳으로 인근 지역까지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이때만 해도 성매매 업소만 80여 곳이 넘었고, 종사자도 200여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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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성인권티움 관계자들과 함께 찾은 충남 아산 장미마을. 기존에 성매매 업소로 가득했던 거리는 이보다 절반 가량 좁은 골목길이었다. 사진=신가람 기자 shin9692@
1997년부터는 온양온천을 포함한 아산시의 온천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했는데, 일반음식점이 유흥업소로 변경했고, 술을 팔지만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업형 성매매 업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연적으로 생긴 탓에 지난 수십 년간 아산 이미지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무엇보다 원도심 중심부에 장미마을이 위치해 슬럼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9월 초 방문한 아산 장미마을은 과거 여성 인권을 억압하고 착취로 인한 아픔이 축적돼 있었다. 재탄생하기 전 장미마을 성매매 집결지는 좁고 음침한 이미지였다면 양성 평등거리로 조성 후에는 거리 폭을 두 배 가까이 넓히며 개방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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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가 선문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대학생들의 손길로 '장미마을'의 로고를 재탄생시켰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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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단속이 들어오면 업주를 포함한 종사자 여성들은 업소 뒷문을 통해 도망가곤 했다. 사진은 아산 장미마을 성매매 업소마다 뒷문이 연결돼있는 골목길  사진=신가람 기자 shin9692@
아산시와 시민단체가 장미마을 폐쇄를 위한 첫 발걸음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번 편법과 불법 영업 등 경찰과 행정의 손발이 맞지 않아 집결지 폐쇄는 먼 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지방정부의 의지와 시민사회단체 참여 등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먼저 집결지 폐쇄 방향을 위해 무게추를 실은 건 아산시와 경찰서, 12개 시민사회단체 등 '민관 합동 거버넌스' 구축이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넘는 기간 동안 민관거버넌스의 회의만 22회 열어 소통했고 합동 순찰과 지도단속 추진 등 지역사회 참여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남효숙 온양원도심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협의체 공동대표는 "장미마을 인근 광장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을 공연하며 호객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택시운수업 종사자를 교육하기도 했다"며 "민관거버넌스의 지속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자리를 갖는 체계를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민관거버넌스 구축 이후에는 곧바로 공간의 변화와 시민 친화공간 조성에 주력했다. 대표적으로 성매매 집결지 업소를 매입해 어울림 경제센터, 청년창업육성공간으로 리모델링 했다. 도시재생사업으로는 여성 친화형으로 주제를 잡아 양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의 공간, 여성 창업 지원 공간 등까지 마련했다.

특히 업소 한가운데에 아산시가 매입한 부지에는 장미마을의 역사를 포함해 한국 집결지 역사관, 그동안 기록이 담지 못한 이야기까지 프롤로그 전시회까지 열면서 집결지의 문제를 시민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아산 장미마을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전국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변화가 시작된 장미마을에서 여전히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업소가 7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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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는 장미마을 내 부지를 매입해 성매매 집결지와 관련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앞장섰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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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장미마을 내 성매매 업소  신가람 기자 shin9692@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히 성매매 집결지 폐쇄로 단정 지은 대전 유천동의 사례와는 반대로 양성평등의 거리, 문화의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한 장미마을의 도시재생사업은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방편으로 벤치마킹할 요인도 충분해 보인다.

장치원 아산시 도시재생과장은 "민관거버넌스의 역할도 있지만, 아산 장미마을의 경우에는 사업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력을 포함해 행정수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대전의 경우에도 도시재생사업을 얼마나 유연하고 길게 끌고 가느냐의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산=신가람 기자 shin9692@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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