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대책도 대안도 손놓은 영등포 집결지…

[도시재생리포트2021] 대책도 대안도 손놓은 영등포 집결지…

[자연소멸과 인위적 폐쇄] ②서울 영등포역 공영개발 한다더니... 영업중

  • 승인 2021-09-27 10:25
  • 수정 2021-10-15 19:01
  • 신문게재 2021-09-28 10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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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는 아직도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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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열대 성매매 집결지 위치도.
"성매매 집결지는 시대 흐름에 따라 없어지겠죠. 여성이 착취되는 성 산업의 구조는 변하지 않은 채 말이에요."

지난 8월 오후 3시 서울 영등포역 일대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를 직접 다녀왔다. 영등포역을 기점으로 인근에 대형백화점만 3곳이라 수많은 유동인구 오가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나름 쇼핑의 메카인 이곳에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한다.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형성 배경은 대전역 집결지와 비슷하다. 1940년대 일제 말기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들어선다. 일제 잔재인 성매매 집결지는 6·25 전쟁을 겪은 뒤 개인 호객 행위를 나서며 적극적인 형태로 변해갔다. 유동인구가 많은 철도역 주변에 발달한 집결지는 미군이 떠난 1980년대 가장 호황기를 지냈다.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네덜란드 집결지 모형을 본 따 유리방 형태의 전업형 성매매 업소가 등장하면서 지금의 집결지 형태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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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중 유리방 형태의 업소들. 외부에서 보면 방이 많아 보이진 않지만, 천막 위 올려져 있는 실외기가 내부에 상당수 많은 방이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사진=김소희 기자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와 현장 라운딩에 나섰다.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는 유리방과 휘파람 골목, 쪽방 등으로 3가지 형태다. 한낮이라 집결지는 고요했지만, '재개발사업 추진'과 '공공주택사업 시행 관련 이주민 대책 요구'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여주듯 재개발과 집결지 폐쇄 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실임을 느끼게 해줬다.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는 2가지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쪽방촌 일부 부근엔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계획 수립 후 보상·이주·착공·준공 절차를 거친다. 유리방 일대에는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개발을 통해 유리방 일대엔 최고 44층 규모 주상복합단지 6개 동이 들어선다. 이곳엔 성매매 관련 시설이 45%를 차지하며 업소는 50개 동에 걸쳐 퍼져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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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는 쪽방촌 일대. 이곳도 성매매 업소가 곳곳에 있는 상황이다. 쪽방 골목에는 원주민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문제는 공공주택과 민간 재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성매매라는 산업구조를 실질적으로 없앨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정원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팀장은 "공공주택의 경우 세입자 대책이 민간사업보다는 충분하나, 민간이 주도하는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의 경우에는 성매매 피해자 등에 대한 실질적 탈성매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 계획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이 성착취적이었던 공간으로 모두에게 교육되고 기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관문 중 하나인 영등포역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유리방 39곳, 휘파리 골목 20곳, 쪽방 17곳이 운영 중이다. 여성 종사자만 168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리방은 20~30대, 휘파리 골목은 40~50대, 쪽방은 60대 이상의 여성들이 있다고 했다. 보통 유리방에서 휘파리, 휘파리에서 쪽방으로 넘어가는 구조라고 한다. 여성 종사자가 나이를 먹어도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인생의 다른 출구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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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중 유리방 형태의 업소.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영업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성매매 집결지 구역임에도 보행은 문제가 없었다. 인근에 대형백화점으로 빠르게 가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해 가려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그만큼 백화점과 성매매 집결지가 가깝다.

모순투성이다. 여전히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 표지판이 달린 유리방 구역에는 '재개발사업 추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중단한다는 문구가 적힌 가게도 있었다.

현장 라운딩을 함께 진행한 관계자도 "나이가 들고, 몸이 안 좋아져도 이 성 산업 구조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유리방에서 휘파람, 휘파람에서 쪽방으로 가는 과정을 거친다"며 "지원책이 만들어져야 여성들에게도 탈출구가 생긴다. 실제로 이미 집결지 폐쇄가 완료된 천호동 같은 경우에도 제대로 된 예산과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순은 결국 성매매 집결지 폐쇄 후속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쩔 수없이 성매매 산업에 뛰어들고, 자활이 이뤄지지 않기에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보호와 성매매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들도 '영등포 일대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하고 있는 이유다. 재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업주나 포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여성 종사자의 생계나 자활 지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정원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팀장은 "집결지 폐쇄는 절차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공정한 방식으로 재개발 이익이 돌아가야 하며 성매매 알선 장소를 제공했던 건물주나 토지주에 대한 불법 이익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여성들에게는 각자 상황에 맞는 지속적 상담과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착취이기 때문에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김소희 기자 shk3296@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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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중 유리방 형태 업소가 즐비해 있는 곳은 재개발이 추진된다. 곳곳에 재개발 추진과 관련한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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