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집결지 폐쇄 민관거버넌스 10년의 노력 덕분" 이제는 예술마을로 제2의 서막 올라

[도시재생리포트2021] "집결지 폐쇄 민관거버넌스 10년의 노력 덕분" 이제는 예술마을로 제2의 서막 올라

[자연소멸과 인위적 폐쇄] ①전주 선미촌, 집결지 폐쇄의 모범답안

  • 승인 2021-09-26 09:48
  • 수정 2021-09-26 10:2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

 

 

 

전북 전주 노송동에는 전라선이 이설되기 한참 전부터 역(驛)을 통해 파생된 성매매 업소가 있었다. 1980년 후반부터는 성(性) 산업이 확장되면서 속칭 ‘미아리식’ 유리방 집결지가 생겨났다.

전주 노송동 ‘선미촌’의 성 산업은 상상 이상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업소를 대물림하고, 5층 높이 건물 3개 동을 불법으로 수평증축해 미로 형태의 업소를 만들기도 했다. 이뿐일까, 세탁소와 미용실, 화장품 가게, 야식집, 청소 노동자, 심지어 점(占)집까지도 성매매 집결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돈을 벌 만큼 선미촌 성매매 역사는 길고 질겼다. 그러나 선미촌은 지난 7월 마지막 유리방 불이 꺼지며 소멸했다.

지난 8월 말 방문한 전주 선미촌. 이제 성매매 집결지를 뜻하는 '선미촌'보다는 '노송동 예술마을'로 불려야 하지만, 아직 밤의 역사는 곳곳에 '지박령'처럼 남아 있었다. 그나마 몇몇 유리방은 예술인이 입주(리빙랩 사업 일환)해 공간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었다. 

 

DSC03545
선미촌에 들어서자마자 유리방 형태의 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전주=이해미 기자
전주 선미촌은 행정당국과 시민단체가 '거버넌스'로 의기투합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이뤄낸 모범도시로 꼽히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조선희 성평등전주 센터장은 "2011년 노송동에서 도시재생을 시작했는데 선미촌 집결지만 빼고 사업지로 선정했다. 당시 여성인권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를 문제 삼았고, 주민교육을 시작하면서 여성 인권 측면에서 집결지 폐쇄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전주시와 논의하며 거버넌스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첫 시작부터 폐쇄까지는 장장 10년이 소요됐다. 조선희 센터장은 단체장의 의지와 여성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이 담보될 때 집결지 폐쇄는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모범 도시가 됐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일례로 2014년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한옥마을과 연계하는 용역이 발주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인권과 장소에 대한 의미는 배제됐고 춘화 전시관, 막걸리촌이 제안됐고, 주민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했으나 집결지 여성 종사자들의 얼굴이 촬영되는 위치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민관 거버넌스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 결정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생겨났고 비공식 정책팀을 만들어 수차례 논의와 아이디어 교환 끝에 선미촌을 문화와 여성인권 공간으로 구축한다는 최종 계획안을 마련했다.

DSC03570
분홍색 담벼락은 업주가 설치한 가벽이다. 골목길을 불법으로 막아서 업소 주변을 차단했다. 전주=이해미 기자
종사자 조례와 업주 재산 몰수 등 행정적 기반도 한몫했지만, 전주시의 승부수는 성매매 집결지 내에 설치한 현장시청이었다. 현장에서 업주를 만나 설득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집결지를 반드시 폐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박영봉 전주시 생태도시국장은 "시장의 의지가 가장 강했다. TF팀 부서 또는 시장, 부시장과 행정협의회가 수시로 회의를 통해 신중하게 답을 찾아왔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경찰과 혼연일체가 돼서 건물주를 설득하고 업주는 강하게 압박했다. 함정단속을 시작하자 11개에서 7개, 4개, 0개로 점차 폐쇄가 이뤄졌다"고 했다.

전주 선미촌에는 과제가 남았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성매매가 이뤄졌던 업소 밀집 지역을 자연스럽게 일반 시민들이 유입되도록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미 성매매 업소 7곳을 시청에서 매입해 리빙랩, 미술관, 서점 등 거점시설로 구축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박영봉 생태도시국장은 "집결지 폐쇄로 저녁에도 밝은 곳이 됐지만, 아직 상권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폐쇄가 목적이었다면 전부 밀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점진적인 변화,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문화재생 2.0 용역, 내년 초 나올 도시계획 용역을 통해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를 연계하는 전주다운 도시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이해미 기자 ham7239@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DSC03582
업소였으나 현재는 전시공간이 된 곳이다. 벽지와 방 구조 등은 예전 그대로다. 창문을 검은 색지로 막아놨다. 전주=이해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