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사회에 주역으로 한 걸음씩…여권신장 앞장선 여성들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사회에 주역으로 한 걸음씩…여권신장 앞장선 여성들

15. 여성운동의 전개②

  • 승인 2021-09-21 08:00
  • 수정 2021-11-18 13:4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컷-검색에






고아 품은 유을희·광복군 1호 신정숙

1991년 기초의회부터 정계 진출 개척

1957년 부당한 감원에 반발 신문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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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부녀회 회원들이 새생활은행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건국 후 지역에서 여권신장을 위해 편견과 차별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한 발짝 내딛은 걸음만큼 평등문화와 인권신장에 기여했다. 지역에서 여성으로써 사회에 당당히 나서 여권신장에 앞장선 이들을 대전시여성단체협의회가 발행한 '대전 여성 60년'을 통해 돌아본다. <편집자주>

▲1991년 기초의원 여성 첫 당선
한국전쟁 후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는 권력의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성별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뒷전으로 밀려났다. 밀레니엄 시대라고 자축했던 2000년까지 지역에서 여성 정치인의 선거 입후보와 당선은 1990년대 후반에서야 문을 열 수 있었다.

1952년 최초로 시·읍·면 및 도의회 의원을 지역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 직선제가 시행되고, 1956년 의회의원뿐 아니라 서울시장과 도지사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장도 직선제로 선출했으나 여성의 정치 진출은 어려웠다. 그러던 중 1961년 5.16으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됐고 지자체장은 임명제로 바뀐 암흑기를 딛고, 부활한 지방자치제에서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 직선제가 있던 1991년 대전에서 여성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때 기초의회 선거에서 대전지역 4명의 여성 후보자가 출마해 이창희(대전 동구) 의원이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여성 의원에 당선된다.

이어 시행된 6월 21일 광역의원 선거에서 박완순(전 유한운수 노조위원장)씨가 광역의원 여성후보 등록 1호로 이름을 올렸고, 임정자(대덕구 제4선거구)씨가 후보등록을 했으나 이들 모두 당선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기초의원 1명 당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1991년 선거를 마무리했다. 1995년 6월 열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남성후보만 4명 출사표를 던졌고, 구청장 5개 자치구에서도 21명의 후보가 입후보 했지만, 여성은 없었다. 같은 날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조규순(대전 동구 가양2동))씨와 김용분(서구 가장동)씨가 각각 당선됐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여성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비례대표로 박행자(당시 대전주부교실 총무)가 당선됐다. 이로써 대전시의회 구성 2회만에 유일한 홍일점 의원으로 광역의회에 입성했다.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옥자 의원이 당선돼 시의회에 입성했다.

▲대전의 여성인물
대전지역 여성의 권익과 지위향상에 큰 공적을 남긴 여성이 여럿 있으며, 그중 고아들의 어머니 유을희(1904~1999) 여사를 꼽을 수 있다. 부여군 장암면에서 태어난 유 여사는 부모 잃은 아이들의 어머니로 평생을 살았다. 남편을 일찍 잃고 아이마저 100일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30세때 이성복 목사의 설교를 듣고 개신교를 받아들이고 종교에 귀의하면서 서울신학교에 입학새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논산군 노성면에 영생양로원을 세워 의지할 곳 없는 은퇴 여성 교역자들을 돌봤고, 1949년 공주 계룡풍덕원을 설립해 40여명의 어린이를 돌보면서 고아들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3월 유성에 천양원을 설립 수 백 명의 전쟁고아들을 거둬들였다.

광복군 군번 1호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 신정숙(본명 신봉빈) 여사는 해방이후 대전 동구 용전동에 정착해 살다가 현재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김구 선생의 개인비서로도 유명했던 그녀는 '백범일지'에 당차고 씩씩한 여장부로도 등장한다. 철저한 항일 독립투사 집안에서 태어난 신 여사는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을 찾아 세살배기 아들을 업고 혈혈단신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다. 중국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백범 김구를 만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됐다. 1939년 광복군이 창설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신 여사는 광복군 여군 군번 1번으로 참여해 훈련을 받았다. 1963년 독립유공자 연금이 처음 생겼을 때 독립운동과 무관한 자들을 유공자로 둔갑시키는 역사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에서 연금을 거부하기도 했다.

▲신문에 기록된 여성운동
1957년 대전시가 단행한 감원조치에 여직원들이 연서를 받아 항의한 소식을 전한 기사가 중도일보에 타전됐다. 그해 8월 23일자에 게재된 '남녀차별은 부당'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감원 당한 여직원 7명이 연명으로 (항의 서한을)제출한 것으로 남녀동등권이 보장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통고도 없이 불시에 감원조치한 것은 인권유린"이라는 여성들의 주장을 담았다. 당시 시청은 임시촉탁직원을 감원할 때 시험을 실시해 성적에 따라 감원했으나 여직원만은 사무형편이라하며 시험도 없이 9명 중에 7명을 급작히 감원 조치했다고 고발했다.

1965년01월01일 신춘여성좌담회
1965년 1월 신춘여성좌담회에서 여성들의 애환을 담아냈다.

1963년 1월에는 충남도재건부녀회 이옥순 도지부 부녀실장의 새해설계 인터뷰가 게재됐다. 이 실장은 당시 20대 젊은 여성이 국민운동에 앞장서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이 실장은 "낡은 도덕관으로 여성들에게 천년묵은 침묵을 강요하고, 우리 부녀는 그것을 뒤엎고 부녀들의 자질향상을 꾀하겠다"라며 "재건생활학교의 내용을 충실히 해서 부녀들의 자질향상을 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5년 1월 1일자 신년호에 '신여성좌담회' 토론문이 지면 1개면에 걸쳐 보도됐다. 채을석 적십자사부녀과장을 비롯해 이양우 적십자사 부녀봉사대장, 이옥순 전 실장 등이 연애결혼과 성교육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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