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폭력과 착취 그리고 여성… 책 속에 담긴 성매매의 민낯

[도시재생리포트2021] 폭력과 착취 그리고 여성… 책 속에 담긴 성매매의 민낯

  • 승인 2021-09-19 06:50
  • 수정 2021-09-19 20:3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

 

 

 

 

성매매는 그 틈을 들여다볼수록 암담하다. 소설의 픽션(fiction)처럼 생생하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팩트(fact)다. 성(性)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 성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 그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잃어버린 채 유린당하는 누군가의 인권. 어떻게 소설보다도 현실이 이토록 절망감을 안겨줄 수 있을까.

성매매를 우리 사회로부터 근절하고, 집결지 폐쇄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경험은 우리의 지식과 이성적 판단으로 책을 통해서도 충분하다. 성매매와 관련해 우리가 가진 무지함을 또는 유죄함을 깨닫게 해줄 책들을 모아봤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봄날 지음 / 반비)

 

길하나건너면벼랑끝
이 책은 18살 성매매 업소에 유입돼 20년 후 그곳을 빠져나오기까지 저자 '봄날'이 겪은 이야기다.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해서 오히려 소설이길 바라는 참담한 심정이 든다. 저자는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다방 등 성매매와 관련된 여러 업종을 거치며 경험한 현실을 고발한다. 성매매 업소 주변으로 미용실, 사채업자, 점집까지 얽혀 있는 생태계 고발부터, 선불금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는 이유, 구매자들의 신체적, 언어적 폭력, 공권력과의 깊은 유착 등 한 여성의 삶 뒤에 숨겨져 있었던 어둡고 음습한 세계가 담겨 있다.

"장기를 팔면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장기매매 스티커에 적혀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생략) 장기를 팔아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업주는 남자 네 명을 데리고 와서 접대를 했다. 나는 눈치로 이 남자들이 경찰인 것을 알았다. (생략) 그 남자들은 세 번 정도 업소에 와서 2차 두 번 나갔다. 그 덕분인지 업소에 경찰 단속은 없었다"

"업소에 있을 때 가까이 지내던 동생이 죽었고, 간접적으로 성매매 여성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도 있다. 그 죽음을 바라볼 때면 어떨 때는 내가 죽은 것 같았고, 어떨 때는 그곳에 두고 와서 미안한 마음이었다" 한 여성의 삶은 폭력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와서도 저자는 트라우마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성 착취가 정당화되고, 자신을 부정당했던 과거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서야 스스로의 삶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k222632753_1
저자는 성매매는 모든 상식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라고 정의 내린다. 일제강점기부터 뿌리내린 남성중심의 유흥, 접대문화가 이토록 보편화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대한민국은 성매매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대한민국 성매매의 탄생부터 돈이 되는 시장으로 성장한 성매매, 성 상품이 된 여성, 세계의 사례를 분석하며 "성매매가 존재해도 되는가?"라고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성매매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돈이 되는 시장이다. 장소와 영업 형태를 바꾸며 발 빠르게 진화해왔고 안마당, 오피방, 찻집, PC방, 이발소, 휴게공간 등 남성이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성매매로 연계된다"

"여자라 쉽게 돈 벌어 좋겠다고 비아냥대는 남성 구매자의 관점은 우리 사회에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눈감는 성매매 현장은 알선 업소의 종류와 규모를 불만 하고 한가지 답을 가리킨다. 여성들이 성매매에 동의하고 선택한다는 관념은 허구다"

"현장의 여성들은 성매매를 강간이라 단언한다. (생략) 성매매가 가능한 사회는 이 경계를 흐리며, 그 결과가 어떠한 폭력으로 나타나는지 이미 수많은 성착취 범죄와 사례들에서 보았다. 이런 세계에서 입장 없음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결국 현 상황의 방관자가 될 뿐이다"

저자 신박진영은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장, 성매매 피해여성쉼터 원장을 맡아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현장에서 활동했다. 1990년대는 호주제 폐지 운동을, 2002년부터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1- 남자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기획 / 허주영 엮음 / 호랑이 출판사)

 

k922532850_2
이른바 남성들의 문화는 일상마다 성매매와 분리되지 않는 면면이 발견된다. 성매매 경험이 없는 남성들이 이 책을 쓴 이유다. 남자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의 이야기, 성매매 안 하는 남자의 시선으로 성매매를 바라본다.

"군인 시절 동료들은 밤마다 성 경험을 이야기했다. 주로 애인과의 성관계보다는 업소에서 성매매한 경험을 마치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애인과 다투거나 헤어지고 나서 홧김에 갔다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업소에 가봤다는 이야기 등 매일 밤 누가 더 황홀한 경험을 했는지 경쟁하듯 떠벌렸다. 경험이 없으면 부대에서 '정상 남성'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인지 다들 열을 올리며 자기 경험을 과시했다"

 

▲페이드 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레이첼 모랜 지음 / 안홍사)
 

k692636080_1

저자인 레이첼 모랜은 아일랜드 정부에 성매매 경험을 증언했다. 이는 정부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고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 '성매매 집결지 불을 끄자'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페이드 포는 저자 레이첼 모랜이 7년간 성매매 집결지에 유입돼 경험한 회고록이다. 성매매라는 사회적 문제 속에는 가부장제도와 여성혐오 등이 짙게 깔려 있다. 이는 유럽이나 대한민국이나 동일한 기저인데, 성매매의 본질을 명확하게 꼬집는다.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은 나처럼 문제 가정 출신이고, 유년기에 겪었던 격동을 성매매 안에서 다시 체험한다"

"열 명의 구매자들에게 성적으로 이용되고 난 후 여성이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설명하기란 어렵다"

"성매매에 유입되어 있는 동안 행복하기란 그저 불가능할 뿐이라고 일찍이 결론에 도달했고, 내가 옳았다. 성매매 여성 중 행복한 여성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그 후로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내 경험상 행복한 창녀란 없다"
정리=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1조원대 'AI모빌리티' R&D사업추진심사 대상 지정
  2.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3. 전국장애인체전 개막 D-7… 세종시, 역대 최다 메달 정조준
  4. 인미동 "대전·충남행정통합, 시민과 함께 답 찾아가야"
  5. 세종시 사격팀 맹위… 전국장애인체전서 메달 싹쓸이
  1. 천안 K-컬처박람회, 주말 맞아 '가족·한류 맞춤형' 콘텐츠 쏟아진다
  2. 중기중앙회, '옐로우 플리마켓' 참여 소기업·소상공인 모집
  3. 천안시, 가을맞이 태학산 가족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
  4. 한기대 산학협력단, 'Best of CHAMP+' 성과평가 우수기관 선정
  5. 천안시, 제6기 주거복지위원 위촉…취약계층 주거안정 대책 논의

헤드라인 뉴스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1차 선도지구로 선정된 둔산14구역(한가람·한양)에서 '둔산동' 편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같은 생할권임에도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둔산동과 탄방동으로 나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신문고에 둔산14구역 한가람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둔산동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됐다. 현재 둔산14구역은 행정구역상 탄방동에 속해 있다. 반면 14구역 인근에 위치한 13구역(크로바·목련아파트)은 둔산동이다. 두 구역이 인접해 있음에도 행정구역상 동이 나뉘어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5일 오후 4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인 중구 서대전 지하차도 일대. 공사장 통제요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통제요원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유도했지만 공사로 좁아진 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차량은 통행 안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듯 공사 구간 방향으로 잘못 진입했다. 이를 발견한 통제요원이 다급하게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을 향해 뛰어갔다. 요원이 손짓으로 통행 방향을 다시 안내하고 나서야 차량은 방향을 틀어 빠져나갔다. 그 사이 뒤따르던 차량들도 속도를 줄이면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