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1] 음성군에 이어 괴산군도 ‘판소리 명창 발굴사업’ 시동

[10년간의 취재 기록-21] 음성군에 이어 괴산군도 ‘판소리 명창 발굴사업’ 시동

이차영 괴산군수, “김제철·최낭청 판소리 명창은 지역의 역사”…관련부서 지시
‘석화제’, 괴산명창 김제철이 처음 사용… “현재의 가야금 병창은 괴산서 시작”
괴산향토사연구회, “기록으로 남겨야할 역사”

  • 승인 2021-09-20 03:52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이차영 최종
이차영 괴산군수가 지난 15일 관련부서에 괴산지역 판소리 명창인 '김제철·최낭청 명창 발굴사업'을 지시했다. 이 군수는 이날 조동언 중고제 학자와 만나 괴산지역 인물역사 찾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판소리 석화제(가야금병창제와 비슷한 창조)의 가장 큰 특징은 '경쾌, 화사, 화평한' 느낌을 준다. 이같은 느낌은 전라도지역 판소리 동·서편제보다 충청지역 중고제에 더 가깝다는 게 국악학자들의 견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인 전해옥 명창은 "석화제는 맑고 청아한 소리"라며 "현재 가야금 병창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제(制)"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석화제는 누가 처음 사용했을까. 바로 충청지역 소리꾼인 김제철 판소리 명창이다. 노재명 국악학자는 "석화제는 순조~철종 무렵, 충청권 명창인 김제철과 신만엽이 처음 사용한 소리제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제철의 출생지는 충청도 중에서도 '충북 괴산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故)김영진(청주대 인문학 교수) 전 충북도 문화재위원장은 2000년도 초반 김제철의 태생지를 '괴산군'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인문학을 연구했던 동료 교수들도 이같은 내용을 서로 공유했다.

이창식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화학부(인문예술대 학장) 교수는 "(김 교수는)김제철 등 여러 명의 판소리 명창들이 충북에서 태어났다고 이야기 했다"며 "뜻을 함께한 인문학 교수들과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해 학술세미나 등으로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여년 전, 이처럼 인문학 교수 등이 '충북 판소리 명창 찾기'에 나섰지만, 지금은 옛 일로 됐다"며 "자치단체와 학자 등이 지금이라도 충북 명창 찾기를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akaoTalk_20210917_131708998
(왼쪽)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940년) 충북 괴산·증평 명창 최낭청 관련 기록.<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오른쪽)전승이 끊어진 조선시대 판소리 무숙이타령 사설이 기록된 '게우사(戒友詞)' 희귀 문헌. 1890년 필사. 이 문헌에 '김졔철이 긔화요쵸'(김제철이 기화요초)라는 기록.<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김제철이 괴산출신이라면 현재까지 전수돼 온 가야금병창은 전라도가 아닌 충북 괴산에서 시작된 것과 같다. 한마디로 가야금병창의 시작점이 괴산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제철에 대한 기록과 정보 등은 많지 않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괴산출신 명창은 또 있다. 바로 '최낭청'이다. 최낭청은 조선 전기 8명 중 한사람이다. 그의 특징은 '어전광대' 라는 점이다. 어전광대는 벼슬을 얻었고, 임금 앞에서 소리를 했던 명창이다. 조선시대 당시, 소리꾼이 최하위 계급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소리꾼 중에서도 엄청난 명창임을 알 수 있다.

최낭청의 기록은 조선창극사에서 엿볼 수 있다. 최낭청 역시, 많은 기록은 없지만 김제철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조선창극사를 보면 최낭청의 출생지는 조선창극사에서 '충청도 청안'으로 기록돼 있다. 충청도 청안은 현재의 괴산군 청안면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괴산군 청안면은 당시 증평군과 같은 권역이다. 또 최낭청은 '충북 진천' 명창인 김봉학과 이동백 등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충북 괴산군이 '김제철·최낭청 판소리 명창 발굴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판소리 명창과 관련해 음성군에 이어 두번째 발굴사업이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지난 15일 오전 군수실에서 조동언 중고제 국악학자(판소리 명창) 등과 만난 자리에서 "괴산출신 판소리 명창 찾기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군수는 "두 명창은 지역의 역사"라며 "그러나 두 명창에 대한 기록 등이 없어 아쉽지만, 기초부터 추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괴산군은 이에 따라 김제철·최낭청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국악학자와 명창 등의 증언과 학계 보고된 기록 등으로 기초자료부터 찾아보겠다는 게 군의 계획이다. 기초자료가 수집된 이후, 학술세미나 등을 열어 두 명창에 대한 고증작업도 추진한다. 고증작업 등이 완료되면 명창 발굴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혜연 괴산군 문화체육관광과장은 "지역의 향토사학자들과 국악학자 등을 통해 (두명창) 발굴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괴산향토사연구회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김근수 괴산향토사연구회 고문은 "누군가는 기록해 놔야지, 괴산군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며 "두명의 명창이 괴산출신이라는 점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런 내용이 있다면 괴산향토사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KakaoTalk_20210917_123620417
조동언 중고제 국악학자(판소리 명창)가 지난 15일 이차영 괴산군수와 만나 '김제철·최낭청 판소리 명창 발굴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조동언 중고제 국악학자(판소리 명창)는 "김제철·최낭청 판소리 명창이 괴산출신이라는 점은 국악계에서 볼 때 큰 반전"이라며 "국악계도 발굴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재명 국악학자는 "비옥한 땅에서 먹거리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괴산지역이 풍류에 적합한 지역이어서 대 명창이 배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