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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기술학교의 대장간 모습. |
'취업난', '주거불안'.
청년들이 안고 있는 걱정을 두 단어로 압축하면 이렇다. 코로나19 위기로 취업난은 가중되고, 치솟은 집값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미래세대 유입과 안착을 위한 다양한 청년 지역 정착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역에선 지속적 청년 유출로 일자리와 구직자 간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런 지역의 정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충남도는 공동체를 통한 삶 기술 공유와 발달한 통신망과 교통망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청년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과 청양군 청양읍, 공주시 원도심 등에서 추진 중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도에서 지역 특색에 맞춘 '청년마을만들기 지원 사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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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 공유공간 |
▲시골마을의 새로운 도전 '서천 삶기술학교'=충남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년 마을을 중심으로 도내 청년벨트를 조성, 공동체를 통한 청년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 사업의 중심축은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삶 기술학교'다. 삶 기술학교는 2019년 행정안전부 '청년 시골정착 프로젝트'에 사회적 협동조합인 '자이엔트'가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도시청년 한산 정착기가 시작됐다. 청년들이 둥지를 튼 서천군 한산면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인구 2800명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 등 전통 자원이 풍부하나, 청년들이 점차 사라져 걱정이 많았다. 청년들이 지역에 찾아왔을 당시에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지역주민들은 '삶 기술학교'를 통해 지역 고유 자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들에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총 7회에 걸쳐 진행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은 마을 전체가 캠퍼스인 농촌 마을에서 한달간 생활하며 마을의 장인에게 소곡주 제조법과 부채만들기, 한산모시 제조법을 배우는 수업에 참여했다. 또 참여한 청년들끼리 서로의 삶기술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삶기술학교에 입학했던 청년 196명중 63명이 지역에 정착했다. 대학에서 외식을 전공한 청년은 술지게미를 활용한 빵과 돈가스를 만들고, 요가가 특기인 청년은 소곡주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술을 전공한 청년은 미술교습소를 차려 마을 아이들과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하는 등 자신의 삶 기술을 활용해 합동 커뮤니티 창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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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백프로젝트 |
▲청년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한 '일오백프로젝트'=청년들의 활동 중 눈에 띄는 것은 지역의 명물인 한산소곡주를 청년 감각으로 브랜딩한 '일오백프로젝트'다. 특유의 감미로운 맛으로 인해 앉은뱅이술이라고 일컬어지는 한산소곡주는 1500여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전통주인데, 그동안 오프라인 판매 위주로 진행돼 코로나 19이후 30% 매출이 감소, 지역민들의 시름이 깊었다. 한달살기를 하며 소곡주의 매력에 빠진 청년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소곡주를 재해석해 코로나19로 인해 무르익은 홈술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새롭게 디자인을 시도해 추진한 온라인 펀딩에서는 목표금액의 869%를 판매하는 등 서천 소곡주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산면은 비어있는 유립회관을 청년들의 공유사무실로 재단장하고, 전체에 광대역 네트워크 5G 통신망을 설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년 디지털노마드 마을로 전환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청년 참여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지원 공모사업'에 공모했다. 비어있던 여관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커뮤니티호텔H는 디지털 노마드가 지역에 정착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볼 수 있는 최적화된 멀티스페이스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서천 삶기술학교는 공동체를 통한 더 건강한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 청년과 지역이 상생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제2의 고향인 한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며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청년마을 커뮤니티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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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맛동 2기 입소식 모습. |
▲청양군의 '청맛동 프로젝트'=서천 삶기술학교의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충남 도내에는 청년마을 만들기를 많은 곳에서 희망하고 있다. 그중 청양군 청양읍의'청맛동'과 공주 중학동의 '하이엔드로컬'은 2021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청년협동조합 청양사람은 외지 청년이 청양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고자 창업경험을 지원하는 '청양의 맛있는 동네(청맛동)'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의 독특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통해 청양의 지역자원인 고추, 구기자, 멜론 등을 활용한 창업 마을에서 한달동안 창업체험을 하는 프로젝트이다. '청맛동'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청양은 충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노인인구의 비중이 매우 높은 대표적인 인구소멸지역이다. 이로 인해 청맛동프로젝트에 대한 청양군과 지역민의 기대가 매우 높았다. 외지 청년들이 청양군에 한달간 체류하며 팀을 이뤄 메뉴를 개발하여 판매하며 창업체험을 하는 프로젝트로 참여자 40명을 선발하는 모집공고에 전국에서 2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지원하는등 청년들의 폭팔적인 호응을 얻었다. 총 2기에 걸친 '한달창업 in 청양'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는 한달동안 창업체험을 한 청년들이 과연 유지될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애착이 형성되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며 약 20명의 청년이 지역에 남아 또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이 청년들을 대상으로는 '청맛동 눌러앉기'라는 후속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역량강화를 통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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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소도시 모험로그. |
▲소도시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체험하는 '공주 자유도'=백제 및 근대문화유적지가 밀집되어 있는 공주 원도심(봉황동, 반죽동, 중학동, 중동)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는 ㈜퍼즐랩은 청년과 주민, 개인의 관심사를 연결하여 공간과 모임 프로젝트를 만드는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들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소도시의 원도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가벼운 체험활동부터 마을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실험하고 싶은 청년까지 각자의 관심과 요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4박 5일간의 짧은 시간동안 여행하듯 소도시에서 일하는 지역체류프로그램인 '워크스테이 로그인 공주', 공주 원도심 러닝 프로그램인 '두런두런 공로드', 식경험 디자인캠프 등을 운영하며 공주 소도심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존 세대의 화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들을 청년 세대들은 추구하고 있다. 인구 소멸 위기의 지방에서의 삶은 디지털노마드 청년들에게 있어서 여유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지역에 있어서도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
내포=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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