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화면을 통해 가족들과 인사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
예년 같으면 인구의 3/4이 이동하며 귀경길, 귀성길 인파 행렬을 연출했을 명절이지만 사적 모임 제한과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북적이던 명절 특수는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에 온라인으로 차례를 지내거나 벌초를 대행하고 해외 여행대신 집에서 직계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내는 등 '비대면, 언택트 추석'으로 명절 풍속도 바뀌고 있다. <편집자 주>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성묘를 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대전현충원을 포함한 전국 11개의 국립 묘지가 추석 연휴 동안 폐쇄된다. 지난해에도 감염을 이유로 이들 국립묘지의 입장이 제한됐다.
대전시설관리공단도 지난 8일부터 '추모객 사전 예약'을 시작해 25일, 26일 이틀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설관리공단의 사전예약 시스템은 오픈 이틀만에 예약이 마감되면서 사실상 오프라인 입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프라인 성묘가 불가능해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사이버 참매와 글쓰기 등을 통해 온라인 성묘를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전현충원은 사이버 참배와 추모의 글쓰기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대전시설관리공단 또한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지원한다.
성묘가 제한되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도 늘고 있다. 여기에 성묘가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명절기간 며느리들의 최대 스트레스였던 추석 차례상에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이미 온라인 추모공원이나 성묘 등 차례상 역시 온라인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가족이 생겨난 데 이어 올해는 아예 일찌감치 온라인 차례상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추석전 전국민의 백신 접종 70% 완료를 목표를 한 정부 방침에 따라 20세 이상의 백신이 시행되면서 백신접종을 이유로 고향을 내려가지 않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차례상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지면서 음식 가지수는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가족간 주고 받는 용돈도 계좌이체나 카카오톡 선물하기, 배달상품권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
대전에서 맞벌이부부 생활중인 김은정씨(45)씨는 "이번 추석에는 시댁에 내려가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를 봤다"며 "추석 연휴 직전에 백신을 맞기로 예약해 놨기도 했고, 정부가 명절 기간중 사적 모임인원 수를 제한했기 때문에 경북 시댁에 내려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백화점에서 값비싼 한우를 주문하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 각각 용돈을 계좌로 이체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차례상과 성묘 문화가 바뀌면서 덕분에 배달 시장은 본의아니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꼼지락시장 관계자는 "배달이 활성화 된 만큼 우리 시장들도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음식을 가정에까지 전달할 예정"이라며 "코로나로 침체 됐던 시장들이 이번 명절에 다시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성묘가 자리잡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로 한동안 추석 트렌드로 자리잡은 여행대신 가족과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티몬이 최근 고객 600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중 3명이 '추석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겠다'고 답했으며, 53%의 응답자는 '직계가족과 조촐하게 추석을 보낼 것'이 답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추석 특수를 기다리던 유통업계는 속이 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관객 몰이를 통해 천만관객 동원을 노렸던 대형 영화들은 올 연말로 개봉시기를 늦췄으며, 그 사이를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마블을 내세운 디즈니 오리지널이 한국에 상륙한다.
정부가 사적 모임을 제한하면서 추석 특수를 기다렸던 소상공인들의 입도 마르고 있다.
반면 언택트 명절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절 문화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족끼리 모이는 북적북적한 문화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휴식으로서의 연휴로 인식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영민씨(57)는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길이 막히고 도로가 북적대도 무조건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년새 명절에 꼭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이 줄었다"면서 "모임 자체가 제한되면서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떠들썩한 명절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행정학과)교수는 "이 전부터 차례상이 간소해지고, 명절 문화가 축소돼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러한 변화가 가속도 된 것 같다"며 "비대면 시대가 열린 만큼, 이후 세대는 직접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아닌 가상현실을 통해 차례를 지내는 문화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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