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성매매 100년’ 경악과 한탄… 현실은 소문보다 참혹했다

[도시재생리포트2021] ‘성매매 100년’ 경악과 한탄… 현실은 소문보다 참혹했다

[대전시민 어떻게 보십니까] ②정동 십자거리 가보니… 이곳 어떻게 남겨야 하나

  • 승인 2021-09-08 09:31
  • 수정 2021-09-09 09:38
  • 신문게재 2021-09-09 5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컷-도시재생

 

 

 

"여기가 전부 성매매하는 곳이라는 말입니까?" 대전의 관문이자 얼굴인 대전역 앞 정동의 성매매 집결지를 직접 본 시민들은 경악했다. 소문으로만 듣거나 기껏해야 대여섯 곳의 불법 업소가 있겠거니 했지만, 그 생각이 전부 틀렸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성매매 실태는 예상보다 훨씬 참혹했다. 대전역 바로 앞,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여성인권단체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이게 정말 지금 일어나는 일이냐"며 현실을 개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KakaoTalk_20210908_081229324
대전 동구 중동 일대에는 골목에서 골목 끝까지 성매매 업소가 줄지어 이어졌다. 신도칼국수를 중심으로 십자거리가 전부 성매매 집결지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는 7일 동구 정동 10번지 일대에서 '대전역 집결지 걷다'라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열었다. 20명가량의 시민이 참여했고 5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의 실태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던 '워킹'에 동행했다.

KakaoTalk_20210908_080654906
성매매 집결지를 직접 걸어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녀와 여성단체 관계자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골목 사이로 4명~5명씩 5그룹으로 나눠 정동 성매매 집결지 곳곳을 누볐다.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느냐'고 묻자 시민 A 씨는 "아들이 보문고에 다니는데,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이 부근을 지날 때마다 청객들의 유혹이 있었다고 들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도 성매매를 권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로 간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시민들은 긴장을 풀었지만 그 여유는 불과 몇 분도 가지 않았다. 성매매 집결지 주요 골목을 지날 때마다 한낮이라 조용한 여인숙에서 오히려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했다.

KakaoTalk_20210908_080656172
성매매 업소 길목마다 청객들이 머무는 장소까지 마련돼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시민들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정동 일대의 성매매 집결지 생성요인부터 청객들이 머무는 장소까지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왜 아직도 이곳이 이렇게 성행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간 100년의 역사가 흐르며 누군가는 어른이 됐겠지만, 본인을 포함한 그 어른들이 눈 감고 있던 현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그룹에서 경청하고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한 수녀가 손짓하며 조용히 물었다. "아니… 저기가 전부 성매매하는 곳이라는 말입니까?" 수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족히 30곳에 달했다. 여인숙부터 모텔까지 다양한 간판을 내걸었지만 모두 성을 사고파는 업소다.

이날 현장을 직접 바라본 시민들과 여성단체는 이곳을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했다.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여성의 상징성을 담을 수 있는 '여성친화거리'로 재조성했는데,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사업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건물 철거로 이곳의 흔적들조차 남기지 않는 방법보다는 역사의 인식을 위해 남겨야 할 부분도 챙기면서 공존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대전교구의 수녀는 "주기적으로 성폭행 피해자들은 상담하고 있는데, 성매매 집결지의 여성 종사자들을 향한 적대적인 배척보다는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 B 씨도 "취약한 문화적 요소를 메꿀 수 있는 문화공간 재창출도 좋을 것 같다"며 "요즘엔 한류가 이슈니 영화, 드라마 등을 포함한 대규모 촬영 세트장이나 연예기획사 단지 조성, 전국 각지의 맛집을 모은 문화 거리 등도 좋다"고 제시했다. 30분가량의 현장 동행이 끝나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시민들 대부분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정적 속에서 옆에 있던 한 시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렇게 100년이 지나갔겠지요."

신가람 기자 shin9692@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KakaoTalk_20210908_080755885
이날 '대전역 집결지 걷다' 프로그램에서는 글과 그림으로 소감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사진=여성인권티움 제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한화vs삼성, KBO 플레이오프 첫 경기 '접전'
  3. 한화이글스, 플레이오프 첫 경기 '승리'
  4. 아산시 영인면, 100세 이상 어르신에 선물 전달
  5. 순천향대, 공공의료서비스 개선 협약 체결
  1. 아산시가족센터, '2025 조부모-아동 행복 프로젝트' 진행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단 입학만 시키자?…충청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급증
  4. '날뛰는' 허위 폭발물 협박신고… 아산·광주·인천 등 학교 겨냥
  5. [홍석환의 3분 경영] 누구를 선택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2030년까지 국방 R&D, 항공우주 R&D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해 미래 국방을 위한 핵심기술과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인 'ADEX 2025' 개회식 축사를 통해 “방위산업 4대 강국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이미 민간의 기술력과 발전 속도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개청한지 1년 반이 지난 우주항공청이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운영 체계와 인력 구성 등 조직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 모두 미흡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우주청의 구조적 한계로 '예산 부족'을 꼽는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약 9650억원으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든 분야를 포괄하기엔 역부족인 규모다. 여기에 입지 문제도 크다. 우주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