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은 시민단체가 가장 역점을 두고 수행할 역할로 '권력 감시·비판'을, 가장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을 꼽았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계 진출이 많아지면서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출신 인사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특정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서면서, 시민단체의 정치 중립성과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여론조사에 담겨 있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하거나 정계에 진출하는 일이 역대 정부를 압도하고 있다.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후 참여연대 출신 인사 62명이 청와대와 내각 등에 진출했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시민단체를 주도한 중심 인물들이 감시해야 할 대상인 권력기관과 정치권에 포진하면서 시민운동의 핵심 가치인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민단체가 그동안 한국 정치,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식조사 결과도 바꾸어 보면 시민단체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시기보다 진영과 이념의 대립으로 분열돼 있다.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사회 부패를 막는 '소금'의 역할은 변할 수 없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이자 책무다. 시민단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사회의 발전과 진보의 디딤돌이 되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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