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공사가 진행하는 청년매입임대주택사업의 원룸 내부(대덕구 오정동)가 가구마다 곰팡이로 가득차 있다. 사진=제보자 |
하지만 A씨가 둘러본 청년임대주택 원룸은 A 씨의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벽지 곳곳에는 곰팡이와 까맣게 그을린 흔적으로 가득했고, 심지어 얼마나 오래 방치됐는지 지워지지도 않았다. 이를 본 A 씨의 부모는 "그런 집은 공짜여도 살지 말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A 씨는 도시공사 측에 계약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 대학생인 B 씨도 모집 공고에 신청해 대덕구 오정동의 원룸을 찾았다. 탄방동과 마찬가지로 곰팡이가 가득한 가구들을 보자마자 사용하기 찝찝해 해당 가구들을 혹시 빼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했지만, 도시공사 측에서는 "그럴 수 없다. 옵션 가구들을 꼭 사용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에 B 씨는 이전에 사용하던 가구들을 같이 넣어 사용하자니 안 그래도 좁은 내부가 더 좁아지고, 버리자니 아까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B 씨는 "일반 원룸도 가구를 빼달라고 하면 양해 해주는데, 도시공사는 쓰지 않는 가구들을 모아놓는 공간도 없는지 규정만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청년 매입임대 주택이 심각한 관리부실로 외면받고 있다.
장기간 빈 공간으로 방치해 내부는 가구와 벽지마다 곰팡이 서식지로 변질된 지 오래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공약까지 내걸며 청년주택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도시공사는 오랫동안 공실로 내버려두며 주택공급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대전도시공사가 매입한 주택을 저소득층 대학생, 취업준비생과 청년(19세~39세)에게 시세의 4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복지사업이다.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서구 탄방동의 원룸 내부도 벽지마다 까맣게 그을려있어 관리부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보자 |
공실이 많은 주요인은 모집공고를 1년에 한 번만 하기 때문이다. 공고를 보고 왔다가 대부분 실망하면서 계약하지 않아 또다시 1년 동안 빈 공간으로 버려진다. 공실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고, 관리조차 하지 않으니 곳곳이 엉망인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전국 지자체가 청년매입주택은 '복지'사업인 만큼 1, 2순위에 주로 입주 자격을 준다. 하지만 대전도시공사는 3순위까지도 입주자격을 주지만, 청년들이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전도시공사가 수익성이 좋은 아파트 분양 사업에만 집중하고 주거복지 사업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아직도 쏟아지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곰팡이나 관리가 부실한 시설의 경우에는 최대한 보수를 해주는 방향을 검토하는데 당시 실무진들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상시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비어있는 세대에 대한 공실을 채워 더 많은 지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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