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8] “조선 전기 8명창 중 1명은 충북 괴산 출신이었다”

[10년간의 취재 기록-18] “조선 전기 8명창 중 1명은 충북 괴산 출신이었다”

최낭청은 괴산·증평, 김제철은 괴산 판소리 명창…‘알려지지 않은 기록’
학식과 기량 뛰어난 최낭청은 ‘어전광대’…김제철은 조선 전기 8명창
‘중부 4군(음성·진천·괴산·증평)’, 판소리와 깊은 연관성…“적극 발굴해야”

  • 승인 2021-08-30 10:15
  • 수정 2021-09-28 14:13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18편_사진1최낭청_국악음반박물관소장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940년) 충북 괴산·증평 명창 최낭청 관련 기록.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충북 음성과 진천뿐만 아니라 괴산·증평지역에서도 판소리 명창을 배출했다. 또 괴산에서는 조선 전기 8명 중에서 1명을 길러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현재 국악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따라서 충북 음성·진천·괴산·증평, 즉 '중부 4군'은 판소리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조선창극사 47쪽을 보면 '최낭청'이라는 명창이 언급된다. '낭청'은 조선시대 벼슬이름으로서 소리를 잘해서 받은 것이다. 최낭청의 성은 최 씨지만 본명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성과 벼슬만으로 '최낭청'이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이차영 괴산군수를 '이 군수'로 부르는 식이다.

최낭청의 출생지는 조선창극사에서 '충청도 청안'으로 기록돼 있다. 충청도 청안은 현재의 괴산군 청안면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괴산군 청안면은 당시 증평군과 같은 권역이었다.

청안면은 진천군과 약 20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최낭청과 진천 김봉학 판소리 명창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재명 국악학자는 "청안면은 진천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김봉학 등 진천지역 판소리 명창들이 선배인 최낭청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이 있다"고 말했다.



김봉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18편_사진2김제철_국악음반박물관소장 (1)
전승이 끊어진 조선시대 판소리 무숙이타령 사설이 기록된 '게우사(戒友詞)' 희귀 문헌. 1890년 필사. 이 문헌에 '김졔철이 긔화요쵸'(김제철이 기화요초)라는 기록이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그의 고향은 '충북 진천'이다. 김봉학과 관련해 이동백이 증언한 얘기가 '조선창극사'에 기록돼 있다. 1939년 3월 21일자 조선일보는 판소리 명창 이동백(1866년~1949년)과 관련한 얘기를 다루면서 이동백 명창의 가문이 진천에서 '세거', 즉 진천에서 대대로 살았다고 기록했다.

괴산·증평 명창인 최낭청은 판소리 기량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여진다. '조선창극사'를 쓴 정노식은 최낭청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낭청은 학식과 기량을 모두 겸비한 어전광대였다. 최낭청은 학식이 높았고 소리 또한 뛰어나 임금 눈에 띄었다.'

노재명 학자는 "최낭청은 임금과 대면할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학문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야만 어전 광대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었고, 또 그에 걸맞은 활동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낭청은 임기응변하는 재기도 있었다는 기록으로 봐서 옛 명창들의 특징인 순간적인 작·편곡, 변화무쌍한 즉흥성이 강한 판소리를 구사했을 것"이라며 "이런 소리의 특징은 중고제 명창 이동백의 소리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악 학자들은 조선 전기 8명창 중 한명이자, '석화제(가야금병창제와 비슷한 창조)의 달인' 김제철 명창도 괴산군 태생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판소리 석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쾌, 화사, 화평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석화제는 전라도 소리보다 충청권 소리에 더 근접하다는 게 노재명 국악학자의 설명이다. 노 국악학자는 "석화제는 순조~철종 무렵, 충청권 명창인 김제철과 신만엽이 처음 사용한 소리제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고(故)김영진(청주대 인문학 교수) 전 충북도 문화재위원장은 10여년 전에 김제철의 태생지를 '괴산군 인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인문학을 함께 공유해 온 이창식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화학부(인문예술대 학장) 교수는 "(김 교수는) 김제철 등 많은 판소리 명창이 충북에서 태어났다고 늘 이야기 했다"며 "충북지역 판소리 명창 등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고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국악(판소리)과 충북은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며 "뜻을 함께한 인문학 교수들과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해 학술세미나 등을 열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단 입학만 시키자?…충청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급증
  4. '날뛰는' 허위 폭발물 협박신고… 아산·광주·인천 등 학교 겨냥
  5. [홍석환의 3분 경영] 누구를 선택하는가?
  1.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공기업, 패션 디자인…다양한 진로를 고교부터 준비
  2. '내신 5등급제 첫 적용' 충청권 고1 1학기 학교성적 상승
  3. 지역과 상생하는 '빵의 도시 천안'…대한민국 대표 빵 축제로 도약
  4. 천안시, 긴급차량 천안·아산 경계 넘어도 '끊김 없는 우선신호' 지원
  5. 국제와이즈멘 한국서부지구 대전지방 연수회, 현충원에서 열리다

헤드라인 뉴스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2030년까지 국방 R&D, 항공우주 R&D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해 미래 국방을 위한 핵심기술과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인 'ADEX 2025' 개회식 축사를 통해 “방위산업 4대 강국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이미 민간의 기술력과 발전 속도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