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특공 논란에 전국구 청약으로 투기꾼들 집중
행복도시 건설 취지 무색... 행정수도 완성 저해 우려
주택안정 대책 마련 절실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가 '부동산 투기장' 오명을 쓰고 있다.
세종시는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롤모델인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 균형발전과 집값 안정을 위해 조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르면서 부동산시장이 가장 불안정한 곳이 됐다. 앞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행정수도로 거듭나야 하는 세종시로서는 자칫 부정적 인식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세종시가 공직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 충격을 줬다. 세종시 건설을 수행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토지를 사들인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임 행복청장이 산단 인접지역 2곳을 자신과 가족 명의로 땅을 샀고, 국토교통부와 행복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도 산단 인접지역 농지를 공동 매입했다. 이들이 해당 토지 매입 시점이 국가 산단 지정 전이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직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도 논란이 됐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 특공은 분양 아파트의 절반을 공무원과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이다. 이전기관 종사자의 세종시 조기 정착을 위해 마련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분석한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은 공무원들이 평균 5억원을 웃도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더욱이 자격이 되지 않는 데도 세종시에 사옥을 지은 뒤 이주하지 않고도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관세평가분류원 직원 등 다수 공직자들에 행태는 불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경실련은 "특공은 공무원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 주는 특혜로 변질됐다"면서 "정부는 설익은 세종시 이전 대책을 재검토하고 집값 안정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직자 특공은 폐지 수순을 밟았다.
또한, 실거주 의무조차 없는 청약제도를 악용한 전국의 투기꾼들이 세종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얼마 전 분양을 마친 '세종 자이 더 시티'에 22만 명의 청약자가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첨만 되면 수 억 원의 프리미엄이 보장되는 '로또' 청약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모양새다.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 이후 최초로 분양된 이 단지는 기타 비율 세대수가 늘면서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더욱이 전국구 청약을 실시 중이지만 국가균형발전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2020년 6월말까지 행복도시 순유입 인구 비중을 분석한 결과, 대전이 44%, 충북과 충남이 각 10% 등 충청권에서만 64%의 인구가 유입됐다. 수도권은 25%에 그쳤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청약에 참여하는 과열 경쟁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세종시에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것처럼 비춰지고, 인근 충청지역 인구를 빨아들인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등 우리 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이 필수적인 사안"이라면서 부동산 시장 안전대책 필요성을 밝혔다.
세종=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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