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⑦] 비온 뒤 생명력 채운 갑천, 오늘도 흘러가네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⑦] 비온 뒤 생명력 채운 갑천, 오늘도 흘러가네

  • 승인 2021-08-28 13:03
  • 수정 2021-08-29 10:5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3대하천





비온 뒤 불어난 물에 유속 빨라진 갑첩

더위 물러간 토요일 오전 사람 참 많네

자연 보느라 속도 느려도 이맛에 걷지

 

DSC03497
갑천교 가동보. 꽤 불어난 물이 하얀 물거품을 만들어 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28일 토요일 오전 갑천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갑천 세 번째 기사를 위해서 다음 주 갑천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다음 주 백신 접종을 예약해 무리한 운동은 삼가라는 안내에 따라 한 주 앞서 갑천을 걷기로 했다.

전날까지 내린 비 때문인지 뿌연 안개를 품은 갑천은 고요했다. 오전 8시, 출발지인 유성구청에서 목표 지점까지는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코스였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9월 갑천 시리즈에서 공개할 예정이지만, 갑천 곳곳에서 만난 갑천의 이야기를 사진 컷으로 담아봤다.

물기를 가득 머금고 깨어난 아침은 생동감이 넘쳤다. 확실시 더위가 물러갔는지 덥지 않고 오히려 걷기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선선했다. 막 출발했을 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곧 비구름이 걷혔고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DSC03412
이슬을 가득 머금은 풀잎들.아침에만 볼 수 있는 풍경. 사진=이해미 기자

가을장마치고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갑천의 물이 꽤 불어난 걸 보니 비가 많이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유속이 빠른 구간은 요란하게 물 내려가는 소리가 이어폰을 파고 들어올 정도였다. 유속이 빠르다 보니 하얀 물거품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물은 그저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생명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토요일 아침, 힘찬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분이다.

 


DSC03514
꿀을 먹으려고 힘차게 날갯짓하던 나비. 여러번 시도에 끝에 온전한 나비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이해미 기자

갑천은 3대 하천 가운데서도 규모가 크기 때문인지 자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절에 맞게 피어나는 들꽃들, 나비, 잠자리, 때를 맞춰 찾아오는 이름 모르는 철새들까지도 많은 생명을 품은 공간이다. 이날은 유독 나비가 많았다. 꿀을 먹겠다는 의지에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오색이 나비들이 힘차게 날아다녔다. 햇빛이 나오자 어느새 뿌연 안개도 사라졌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쁘게 운동하는 사람들과 자전거가 지나가는데, 나는 계속 시선을 붙잡는 자연 앞에서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더디지만 나름대로 갑천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DSC03459
갑천을 유유히 걸어가는 새. 이곳은 엑스포교 인근인데 수위가 낮다. 사진=이해미 기자
DSC03516
너는 누구니? 꽤 큰 새가 갑천변에서 휴식하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갑천 곳곳마다 수위가 다른 모양이다. 그 가운데 가장 수위가 낮은 곳은 엑스포교 인근이다. 이 무렵부터 갑천의 보폭이 가늠될 정도로 넓어지기 시작하는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는 또 수위가 높아 수영할 수 없는 구간이라는 안전 푯말이 등장하는 곳도 있었다. 하천은 물이 흐름에 따라 흙이 쌓이고 쓸려가고 또 어느 지점에서 쌓이기를 반복하는데, 곳곳에 섬처럼 만들어진 곳은 갑천 동물들의 새로운 휴식처이자 집이 되곤 했다.


DSC03520
도룡동과 만년동 일대를 지나 원촌동으로 진입하는 갑천 산책길. 사진=이해미 기자
만년동에서 원천동으로 들어서는 갑천 산책로길. 유성쪽 갑천 일대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이쪽이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의 느낌이 강했다.

갑천호수공원 일대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의 체감은 적었지만, 금강을 바라보고 갑천 오른편에 위치한 대전산업단지 일대 또한 대전의 미래를 이끌어 갈 변화의 중심지다. 고요한 이 아침에도 누군가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갑천=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