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 밤길을 괴롭히는 요화군 "이들의 해방은 언제되나"

[도시재생리포트2021] 밤길을 괴롭히는 요화군 "이들의 해방은 언제되나"

  • 승인 2021-08-28 08:19
  • 수정 2021-08-29 10:5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

 

 

 

1960년 9월 18일 중도일보 신문에서 중·원동 일대 성매매 기록 찾아

밤의 요화로 표현된 여성들, 오백원 포주와 중개비로 착취 관행 확인

나라의 광복 맞은지 15년, 요화들에게는 언제 햇빛이 비칠까 탄식도

 

 

중도일보 1960년 9월 18일 3면에는 밤에만 피는 ‘요화’(妖花)에 대한 단상이 기사화됐다. 여기서 요화는 사람을 홀릴 만큼 요염한 여자를 가리키는데, 이는 당시에도 존재했던 성매매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1960년은 일제 해방 후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전 동구 중동과 원동을 중심으로 밤길을 유혹하는 요화들이 즐비했음을 보여준다.

기사의 첫 문장은 '하숙가세요'다. 1960년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북전쟁 이후 경부선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대전으로 모였다. 이때 막차를 놓치면 대전역 인근에서 하숙 개념으로 머무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는 숙박과 성매매가 결합 된 형태였음을 알 수 있다. '하숙가세요', '하숙하세요'는 결국 성매매를 권유하는 그들만의 은어였던 셈이다. 

 

밤의 요화들과 손님
밤의 요화들과 손님. 1960년 9월 18일 중도일보 신문.

기자는 요화를 따라가면 ‘인육시장’의 노예가 된다며 비판했다. 인신매매와 공창제가 불법임에도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회를 한탄하고 있다는 의미다. 1960년 무렵 성매매는 오백 원이었나 보다. 그나마 온전히 요화들에게 가는 수입이 아닌데, 포주와 중개비로 착취된다고 했다. 이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제도라는 점에서 공창제의 잔재임을 보여주기도 하고, 성매매가 착취형태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해방은 15년 전 되었건만 요화들에게는 언제 햇빛이 비칠 것인가.' 기자는 진심으로 어지러운 세태를 반성하며 성매매가 일반화된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1960년에서 2021년. 접점이 없을 것 같던 두 세상은 성매매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요화들의 해방을 바랐던 1960년 시절의 중도일보 기자와 집결지 폐쇄를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렇게 닮아 있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요화
1960년 9월 18일 중도일보 신문 지면 모습.
▲아래는 신문 기사 내용. 오래된 활자라 해독이 어려운 한자는 비워뒀다.
"하숙가세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밤의 요화가 중·원동을 중심으로해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밤에만 피는 꽃인 모양이다. 때로는 ○○의 소매까지 부여잡고 싫지 않은(?) 생떼도 쓰며 억지 청춘○도 비저 내는 이곳! 요화를 따라가면 갖은 음탕한 짓을 하기 마련인 인육시장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인육시장은 옛날 왜인들에 노해 만들어진 청루의 유물로서 오늘까지 잔재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이 되었다. 남여의 평등이 법제화했다. 인신의 매매는 물○금지되고 공창제가 법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연이란 이름으로 그대로 존치되고 있는 사회의 역류인 것이니 개명만 되었을 뿐 무엇이 다르겠느냐 말이다.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한다. 그러기에 밤의 꽃으로 불리우는 이 사○○○의 현지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살기 궁해 배움이 없어... 의지할 곳 없이... 가지 가지 사녹필유곡체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몸부림치는 오늘의 지존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있을까 보냐? 순간의 향락의 화대란 것이 오백 원이라면 그 ○○마저 그 몸의 수입이 못 된다고 한다. 오할은 포주 그리고 또 중개비니 하는 착취가 있다고 하니 이보다 인신을 천시하는 사상이 또 어데 있느냐 말이다. 억메인 노예! 제 몸과 제 마음을 구속저당 하고 촌보의 자유마저 없이 식충인○ 끼니를 이어가든 이들 요화에게 언제 햇빛이 비칠 것이냐. 이럭저럭 일대의 쇠사슬에서 해방된 지는 일오성○이 흘렀고 또 이 정권도 무너진 새 역사를 창조한 오늘도 그들은 세상을 저주하고 있건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