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⑧] "집결지 폐쇄는 시대의 반성, 작심하고 이뤄내야 할 과업"

[도시재생리포트2021⑧] "집결지 폐쇄는 시대의 반성, 작심하고 이뤄내야 할 과업"

[문제적 공간 저항과 저항 그 경계에서] ②이곳은 인권유린의 현장

  • 승인 2021-08-23 15:42
  • 수정 2021-08-24 11:0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아주 오랜 싸움이다. 공창제(公娼制)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잔재면서 법 앞에서도 무력화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허물이다. 대전역세권처럼 여인숙 형태의 성매매 집결지는 그 세계에서는 '끝'을 의미한다. 평균 연령 50~60대의 종사자들이 '탈업(脫業)'하지 못해 끝내 다시 돌아오는 곳, 벗어날 수 없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는 지옥도와 같다는 의미다.

 

2008
사진=중도일보 DB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의 저자 신박진영 작가와 대전여민회 박이경수 사무국장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줄곧 외쳐온 활동가다. 그들이 봤던 끝의 세계는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지역사회의 힘으로 견고하게 철옹성을 유지해왔던 음지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박진영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의 저자 신박진영.
신박진영 작가는 성매매 집결지를 왜 폐쇄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 질문에 "2004년 정부가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했는데도 왜 아직도 남아 있는가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결지는 성매매를 인정하는 상징적 장소다. 일제강점기 잔재를 청산하고 여태껏 외면했던 과업을 완수한다 측면에서도 폐쇄는 작심하고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신박진영 작가는 2002년부터 성매매방지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고, 2019년까지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 지원 활동을 해왔다. 대구 자갈마당 폐쇄와 성매매 여성 자활조례 추진 과정에 참여했던 산증인이다. 그렇기에 대전도 집결지를 폐쇄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신박진영 작가는 "자갈마당 폐쇄는 나조차도 될까 싶었던 큰 현안이었다. 그러나 선출직 시장의 의지와 실무 부서가 모두가 움직이니까 가능했다"라며 "지자체의 의지, 폐쇄-정비-시민 공간 재탄생이라는 비전, 성매매 집결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갈마당의 경우 성매매 여성 90명이 자활 지원을 신청하며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그 후 타 지역에서도 폐쇄와 자활 대안을 마련하며 집결지 폐쇄가 진행 중이다. 세금을 투입해 성매매 여성의 자활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에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문제적 공간을 만든 사회적 책임 비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이경수
14년 동안 성매매 집결지 현장활동가였던 박이경수 대전여민회 사무국장.
박이경수 사무국장은 2004년부터 사단법인 '여성인권티움'에서 아웃리치를 담당했다. 불합리한 구조, 인권 유린의 현장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보며 탈업의 의지를 잃어버린 여성들에게 손을 내민 활동가다. 이른바 언니들의 삶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더딘 집결지 폐쇄 대책에 쓴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만났던 활동가들에 따르면 여성들도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 공통된 얘기다. 그러나 여성들이 벗어날 수 없게 경제적 착취를 하는 비이상적인 구조다. 빚을 갚아도 빚이 커지니 결국 몸이 아파도, 나이가 들어도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굴레 갇힐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박이경수 사무국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성매매로 질병을 얻었다는 속마음을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동의 경우 연령대가 높다. 폐쇄를 위해서는 어떤 지원 정책이 필요한지, 실질적인 도움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구매가 불법이고 나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인권 교육을 병행할 때 집결지 폐쇄는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박진영 작가와 박이경수 사무국장이 만난 성매매 여성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정신분열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