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7] 난계 품은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 ‘대통령상 명당 터?’

[10년간의 취재 기록-17] 난계 품은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 ‘대통령상 명당 터?’

“국악의 고장”…영동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 몇 년 사이 ‘대통령상’ 3명 배출
“난계선생 기(氣) 받자”…국립창극단 등 전국 국악인들, 이곳서 ‘산 공부’
조성빈 캠핑장 대표, “국악인들에게 모든 것, 무료 제공”

  • 승인 2021-08-23 14:04
  • 수정 2021-09-23 13:44
  • 신문게재 2021-08-24 17면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IMG_9347
경기청소년 국악관현악단 단원인 김소빈(6년·경기 용인 소현초등학교·대금전공) 양과 아버지이자, 대금 스승인 김병성(46·국립국악관현악단) 명인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충북 영동 물한계곡에서 매주 둘만의 산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1명인 난계 박연 선생을 품어서일까. 박연 선생을 품은 충북 영동의 한 터가 전국 명인·명창 사이에서 '대통령상 터'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국 국악인들이 이 터에서 산 공부를 진행할 경우, 전국 국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악인들은 이곳에서 산 공부를 한 뒤, 대통령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명인·명창 등 전국 국악인들과 국악 유망주들은 현재 '대통령상 기(氣)'를 받자며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악계에 따르면 이 터는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 터는 '큰 계곡, 맑은 공기, 산지형의 기운' 등 3박자를 고루 갖춰 '국악인 산 공부' 터로 최적의 장소다.

함수연
충북이 낳은 함수연(여·45) 판소리 명창이 최근 물한계곡 내에서 산공부를 진행했다.<조성빈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 대표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국악인 3명이 이곳 터에서 산 공부를 한 뒤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국악계에서 대통령상의 의미는 매우 크다. 먼저 '명인·명창' 칭호를 받을 수 있다. 또 수십년 간 흘렸던 피와 땀을 한 번에 보상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신이 주는 상'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상인 것이다. 따라서 명인·명창들은 발품을 팔아 전국 최적의 산 공부터를 물색하기도 한다.

김태은(37·한양대 국악과 박사과정 수료) 가야금 전공자는 지난 4월 초 일주일간 이곳 터에서 산 공부를 진행했다. 김 전공자는 5월 중순에 있을 제30회 고령 전국 우륵가야금 경연대회를 앞두고 이곳을 찾았다. 우연일까. 그는 이곳에서 산공부 이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국악인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산 공부를 하는데, 산의 기운이 좋다고 해서 이곳(영동 물한계곡)를 찾게 됐다"며 "물과 맑은 공기, 그리고 편안한 공간은 산 공부 장소로 탁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곳에서 기운을 받아 국악계의 최고의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 수상으로 '명인' 칭호를 받게 됐다.

전해옥, 이소정
(왼쪽부터)전해옥(가야금 병창)·이소정(판소리)·박현진(가야금 병창) 명창이 지난 7월 충북 영동 물한계곡에서 판소리 한대목을 부르고 있다. <조성빈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 대표 제공>
김 전공자만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전해옥(가야금 병창)·이소정(판소리) 국악인도 몇해 전부터 대통령상이 걸린 큰 대회를 앞두면 이곳 터에서 수시로 산 공부를 진행해 왔다. 결국 전 국악인은 2019년 4월말 '제29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에서 흥보가를 불러 대통령상과 함께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경북 구미 출신인 이소정 국악인도 2019년 8월말 '제28회 땅끝 해남 전국 국악 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국악인은 "이 터가 기운이 좋다고 해서 수시로 공부해 왔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활동 중인 박현진 가야금 병창 전공자도 대통령상을 받은 이후에도 이곳을 수시로 찾고 있다. 이 터가 이른바 '대통령상 터'로 알려지면서 전국 국악인들과 국악 유망주들도 하나둘 이 터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IMG_9418
경기청소년 국악관현악단 단원인 김소빈(6년·경기 용인 소현초등학교·대금 전공) 양은 아버지와 함께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물한계곡을 찾아 실력을 쌓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경기청소년 국악관현악단 단원인 김소빈(6년·경기 용인 소현초등학교·대금 전공) 양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아버지이자, 스승인 김병성(46·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명인을 따라 이곳으로 산 공부를 오고 있다. 김소빈 양은 매주 이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둘만의 산 공부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김 명인은 "전국 명인·명창들이 이곳 터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얘기를 듣고 딸과 함께 둘만의 산 공부로 기운을 받아가고 있다"며 "난계 박연 선생 등 국악의 고장이고, 전국에서 명인·명창들이 찾고 있어서 배울 점도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소빈 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가운데에 큰 바위에 있는데, 이곳 바위에서 대금을 불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8년 5월쯤에 오픈한 사계절 펜션 엔 캠핑장은 '대통령상 터'를 품고 있다. 조성빈(48) 캠핑장 대표는 아예 캠핑장 일부를 국악인들 몫으로 내놨다. 조 대표는 국악인들을 위해 숙식은 물론 음식, 편의 공간 등 모든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 대표는 "어렵고 힘들게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지켜내고 있는 국악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전국 국악인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모든 것을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창극단 단원,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등 당대 최고의 명인·명창들과 국악 천재들만 모인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및 중앙대 등 국내 대학 국악과 학생, 그리고 전국 국악 유망주 등이 이곳 터를 다녀갔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단 입학만 시키자?…충청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급증
  4. '날뛰는' 허위 폭발물 협박신고… 아산·광주·인천 등 학교 겨냥
  5. [홍석환의 3분 경영] 누구를 선택하는가?
  1.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공기업, 패션 디자인…다양한 진로를 고교부터 준비
  2. '내신 5등급제 첫 적용' 충청권 고1 1학기 학교성적 상승
  3. 지역과 상생하는 '빵의 도시 천안'…대한민국 대표 빵 축제로 도약
  4. 천안시, 긴급차량 천안·아산 경계 넘어도 '끊김 없는 우선신호' 지원
  5. 국제와이즈멘 한국서부지구 대전지방 연수회, 현충원에서 열리다

헤드라인 뉴스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李 대통령 “2030년까지 국방·항공우주 R&D 대대적 예산 투입”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2030년까지 국방 R&D, 항공우주 R&D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해 미래 국방을 위한 핵심기술과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인 'ADEX 2025' 개회식 축사를 통해 “방위산업 4대 강국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이미 민간의 기술력과 발전 속도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