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동구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 일원에는 업주들이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사진=신가람 기자 shin9692@ |
대전역세권 성매매 집결지 내 업주 인터뷰를 위해 무턱대고 현장을 찾았지만, 마주한 업주들의 눈빛은 매섭고 차가웠다. 한의약 특화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자 길거리에 나온 업주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이다. 집결지 중심지를 지날때면 업주(청객)들은 "쉬었다 가요"라며 회유식 말들을 건네지만, 진솔한 대화를 위해 다가가는 건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업주들에게 인터뷰를 권하자 "나는 모르겠으니까 저짝들 언니들한테나 가보슈"라고 외면할 뿐이었다. 네 번째 업주를 만나고서야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디?"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도심 부적격시설, 성매매 집결지 한복판에서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만 40년 넘게 있었다는 A 씨는 "도시재생 사업인가 뭔가 하는 거는 우리 같은 노인네한테 백날 설명해줘도 모른다. 여기 가게만 100군데 가까이 되고 일하는 사람만 수백 명에 달한다. 평생 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기 업주들 보면 다 팔십 먹은 노인네들뿐이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이대로 5년 정도만 일하다 조용히 가야지"라고 말했다.
A 씨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손님(남자)들이 지나가면 바로 성매매를 권했다. 이때쯤 업주 B 씨도 대화에 합류했다.
B 씨도 집결지에만 40년 있었다. B 씨는 "자식 보기 부끄러워 수년 전에는 청소, 접시 닦기 등 다른 일자리를 찾으러 나가봤다. 그런데 30곳 넘게 퇴짜를 맞았다"며 "누가 불법인지 모르고, 좋아서 하겠나. 이거라도 해야 반찬값이라도 버니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남성들마다 "쉬다 가요"라며 조심스럽게 호객 행위를 하는 업주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가람 기자 |
업주들의 다양한 대안을 내놨다. 집결지 폐쇄에 따른 정당한 토지 보상과 자활 기회, 심지어 성매매 합법화 요구까지 쏟아졌다.
B 씨는 "대전역세권 사업이라고 해서 고층 건물들 들어서면서 땅값도 확 뛸 텐데, 우리한테 보상은 현 시세로 쥐꼬리밖에 안 해줄 것 아니냐"며 "최하층인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느냐. 만약에 이곳을 강제로 밀어버리면 어르신들 시위하다 전부 쓰러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용히 합류한 업주 C 씨도 "구체적이고 타당한 2~3개의 안을 대전시에서 가지고 와서 타협의 장을 마련하고 우리가 원하는 목소리도 정당하게 담아준다면 여기 협조하지 않는 업주들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백날 행정 용어나 얘기하고 법률 얘기나 떠들어 대니 단순히 약자를 이용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오죽하면 지역 한 곳에 집결지를 모아놓고 성매매 합법화 요구까지 얘기하겠나. 인간 취급받으려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당하게 세금도 다 내고 깔끔하지 않겠나. 어차피 여기를 폐쇄해도 성매매는 더 음지로 가서 성행할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업주와 주민협의체, 지자체의 긴밀한 소통 창구가 필요해 보였다. 공공개발로 진행하는 대전시의 도시재생이 역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집결지 폐쇄의 방향성과 비전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다.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한 지 무려 17년이 지났음에도 폐쇄라는 절체절명이 순간에서도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이 간극, 결국 해결사는 대전시여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성매매 집결지 사이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에 곳곳에 남성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자 업주들의 눈도 빠르게 돌아갔다.
"인제 그만 돌아가. 기자 양반 때문에 벌써 손님 많이 놓쳤어"라며 업주들은 남자들의 뒤를 홀연히 따라갔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